전북도교육청이 약 900억원 규모의 도내 초·중·고 스마트기기 보급을 위한 제안입찰 공고에 특정업체 제품을 명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도내 757개 초·중·고등학교에 약 900억원 규모의 ‘2023년 에듀테크 교육환경 구축 사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올해는 1차분으로 약 9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기기 보급을 추진, 내년에는 약 1천억원을 들여 2차분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이번 사업은 학생들에게 1인 1스마트기기 보급을 통해 원격수업, 혼합수업 등 에듀테크를 적재적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미래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시행된다.
초등학교는 네이버에서 개발한 웨일북 1만 7122대, 중·고등학교에는 MS윈도우 노트북 4만 8255대, 스마트기기 충전보관함 3090대가 함께 각 학교에 보급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는 태블릿, 중·고등학교는 노트북을 구매하겠다고 올해 본예산으로 편성해 놓고 초등학교에 노트북 사양의 웨일북 제품을 특정했다. 또, 전북교육청의 제안입찰 공고의 사양에 기준을 보면 해당 OS(Operating system·컴퓨터 운영체계)와 하드웨어 사양은 특정 제조사 제품만 납품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중·고등학교 학생용으로 보급 결정된 스마트기기 노트북 역시 MS윈도우로 특정업체 제품을 지정했다. 에듀테크 학생수업용 노트북으로 분류되는 OS에는 MS윈도우 이외에 크롬북이 국내 학교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도내 초·중·고 학교에서도 압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업용 스마트기기는 크롬북이다. 서울시 교육청 기준으로도 MS윈도우즈 보다 크롬북 활용이 가장 많다.
전북교육청에서 초등학교에 보급할 목적으로 일괄 구매하려는 웨일북의 경우 소비자 사용률은 타 OS(컴퓨터운영체계) 기종과 다르게 국내 시장점유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생용 스마트기기는 다양하게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도 434개 학교에 안드로이드 4만 4718대, 크롬북 2만 1196대, MS 윈도우즈 1만 4110대, iOS 1만 696대, 웨일북 1869대 등이 보급됐다.
전국 교육현장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북교육청은 현실을 무시한 채 활용도가 낮은 특정업체 OS를 지정해 교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전북교육청 스마트 기기 물품규격 선정회의에서도 특정업체 OS를 지정해 놓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교육위원회 한정수 의원(익산4)은 “전북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 1인 1디지털디바이스 보급 사업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 A씨는 “실제 교육현장에서 현재까지 활용돼온 스마트기기 사용을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사용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을 무시한 것”이라며 “스마트기기 기종선택은 교사들과 전체 학생들, 학부모들의 의견수렴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에 보급되는 웨일북 선정은 IT 관련 식견이 있는 교사들과 에듀테크 지원단 25명, TF팀 10명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태블릿이냐, 노트북이냐 논란은 해석과 관점의 차이로 법제처의 ‘문제될 게 없다’는 해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입찰과정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업자 선정은 사업 목적과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으로 추진되며, 선정된 업체는 도내 초·중·고등학교에 스마트기기와 충전기 보관함을 보급하고 6년간 하자·유지보수 등 모든 운영 관리업무를 맡게 된다. 또한 업체는 도내 시·군 소재지별 A/S 체제를 구축하고 침수, 파손, 배터리교체, 분실 등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된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