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저로 인해 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육군 35사단 인재선발홍보부사관으로 근무하는 정영 상사(45)가 혈액암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 상사는 지난 2013년 3월 5사단에서 군 복무할 당시 헌혈을 하러 갔다가 혈액암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혈모세포는 기증을 결심해도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과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될 확률은 2만 분의 1 정도인 0.005%에 불과하다. 일치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더 많은 기증자들이 나서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당시 정 상사는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곧바로 기증을 결심했다 한다.

정 상사는 기증을 결심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지난 3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기증 조건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뚫고 자신과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은 기적이라는 생각에 정 상사는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정 상사는 건강한 몸 상태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 위해 뜀걸음, 근력 운동, 식단조절 등을 통해 기증 전까지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기증에 앞서 3일간 촉진제가 투여됐고, 기증 전날 전북지역 한 병원에 입원해 이틀 동안 2차에 걸쳐 기증을 실시했다.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 중인 가운데 업무 공백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부대 전우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기증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다.

정영 상사는 “이번 기증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돼 매우 뜻 깊고 감사하다”며 “생명 나눔 실천이 군 부대에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해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실=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