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에서 반려동물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길거리에서 펫숍이 성업 중이다. 펫숍의 이면엔 참혹한 환경에서 강아지들을 임신과 출산을 반복시키거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펩숍에 전시된 강아지 중 다수는 개농장에서 태어난다. 허가받지 않은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펫숍에서 판매하는 불법 번식 유통도 많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반려견과 반려묘 10마리 중 4마리가 불법 번식으로 유통됐다고 주장했다. 위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행정구역별 동물판매업 영업실적’에 따르면 2019~2021년 3년 동안 판매된 반려견과 반려묘는 35만3132마리다. 그러나 정식으로 수입·생산된 반려견과 반려묘는 21만694마리에 그쳐 약 14만2400여마리 차이가 난다. 위 의원은 판매를 통해 분양된 반려동물 대부분 1년 미만임을 감안할 때 최근 3년 동안 판매된 동물의 40.3%는 불법 번식 유통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동물단체도 펫숍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민경 동물권행동권단체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펫숍)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공장은 극소수라고 주장하지만, 펫숍으로 흘러가는 동물들은 참혹한 환경에서 생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라가 지난해 11월 지자체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한 번식장을 찾아갔더니, 격리 공간과 분만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등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았다. 또 암컷 강아지들은 케이지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도록 밑면에 구멍 뚫린 개사육장)에 갇혀 출산과 임신을 반복하고 있었다. 허가받은 생산장만 국내에 3000개고, 무허가까지 합치면 수천, 수만개 생산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팀장은 “생산장에서 동물들은 과잉 생산되고 있으며 관련 기준도 낮다”며 “허가받은 생산장도 동물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고 펫숍에서 사고파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다. KB금융지주의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명이다. 한국인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인구 중 가장 많은 40.3%가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펫숍에서 구입한 인구 역시 21.9%로 두 번째로 높았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분양은 5.8%, 민간동물 보호시설 분양 5.6%로 낮은 편이었다. 개인 브리더 분양과 4.1%, 온라인 구입도 1.7%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는 펫숍이 사라지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미국 51개 주 중 처음으로 펫숍 판매를 금지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 메릴랜드주와 일리노이주도 반려동물의 상업 목적 판매를 금지했다. 올해 초 뉴욕에서도 반려동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 외에도 오스트리아,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도 펫숍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대신 해외에서는 유기견 보호소가 활성화돼 있다. 독일에서는 개인 간 동물 매매는 금지된 대신 개인 분양이 존재한다. 전문 브리더를 통한 분양은 약 2000유로(원화 270만원)를 내야 해 유기견 보호소를 통한 입양이 보편적이다. 유기견 보호소 입양도 절차와 요건이 까다롭다. 최소 몇 주 동안 보호소에 방문해야 하며 금전과 시간 여유가 있는지, 강아기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을 심사받는다. 일부 주에서는 자격 검증 시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동물행동권단체 카라가 국내 번식장 폐쇄를 위해 ‘루시 프로젝트’ 20만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루시 프로젝트는 2013년 영국의 번식장에서 6년 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구조된 반려견 ‘루시’의 이름에서 따왔다. 루시는 반복된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 관절염을 앓다 사망했다. 카라는 번식장에서 여러 품종의 어린 동물들을 교배하고 진열해 이익을 취해온 펫숍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1일 오후 기준 8만6200여명이 서명했다. 최 팀장은 “펫숍 대신 보호소 입양 문화가 정착되는 등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올바른 입양 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충무로엔 펫숍이 줄지어 늘어선 애견거리가 남아있다. 최 팀장은 “펫숍은 반려동물을 전시하고 진열하고 있다”며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은 분양가 할인 이벤트를 하는 등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펫숍은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도 해를 끼친다. 최 팀장은 펫숍 내 강아지의 생산과 판매가 분리돼있는 점과 함께 “대로변에 있어 소비자들이 예쁘고 어린 강아지의 모습만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작고 어린 강아지만 선호하면 여러 현장에서 구조된 유기동물들의 입양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반려동물 입양은 평생을 함께하며 교감하는 가족을 들이는 것과 같다”며 “외모와 품종만 보고 가족을 만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