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는 등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육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개정을 요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8일 열린 제90회 총회에서 모인 의견을 종합해 22일 ‘아동학대처벌법 등의 개정 요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가정 내 아동학대를 계기로 마련된 법적 조치가 학교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되면서 즐거워야 할 교실 공간이 법적 분쟁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이들은 “현행법안은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라는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도 이어지고 있으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로 인해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현행 법령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경우 누구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이에 학부모나 학교가 교사의 특정한 교육 행위에 대해 아동학대라고 민원을 넣으면 학교장 등은 이를 수사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부의 아동학대대응메뉴얼 등에 따라 신고당한 교사는 실제 학대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가 해제된다. 협의회는 판결에서 교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가 드물다며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제 울산에서 수업 시간에 떠드는 초등학생을 야단쳤다가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40대 교사는 이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교육감들은 학대 유무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 전에 교사가 학생 측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만으로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해제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정당한 학생 지도 행위에 대해서도 학부모나 학생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과도하게 벌어져 교사의 권한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교육 활동 중에 발생하는 아동학대 관련 사안을 처리할 수 있게 시도교육청 안에 별도의 ‘아동학대 전담위원회’(가칭) 설치를 요구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에서 교육적 맥락을 고려해 아동학대 여부와 분리 조치 필요성 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무고성 악성 민원으로부터 학교 현장을 지켜내 교육 주체들이 학생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