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SNS 공동구매가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가 됐다. SNS로 물건을 파는 이들을 ‘팔이피플’(팔이와 피플(People)의 합성어)이라 비하하던 건 옛일이다. 이제 유명 인플루언서, 연예인 등에게 자진해서 물건을 공구(공동구매) 해달라고 적극 요청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공구에 빠진 2030
보통 공구는 SNS 마켓에서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인플루언서가 SNS에서 의류, 다이어트 효소, 단백질 쉐이크, 다이어트 차, 화장품 등 제품을 소개하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방식이다. 유명한 브랜드 제품도 있고 자체 제작 상품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공구’를 검색하면 약 251만개, ‘공동구매’는 약 89만6000개 게시글이 나온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의 2020년 SNS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0명 중 90%(3636명)가 SNS를 이용하고 그중 52.1%(1893명)가 공구와 같은 SNS 마켓을 통해 쇼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NS 마켓을 이용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좋아하는 유튜버를 통해 화장품을 산 경험이 있는 윤모(27‧여‧취업준비생)씨는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팔기도 하고, 구성이 좋아서 믿고 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모(25‧여‧직장인)씨는 옷부터 설거지바, 세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공구로 샀다. 조씨는 “친근한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제품을 소개하면 궁금하기도 하고 좋아 보여서 사는 편”이라며 “지난달 유명 브랜드 레깅스를 공구에서 약 50% 할인된 가격으로 샀다”고 말했다.
이젠 소비자가 먼저 인플루언서에게 공구를 요청하는 ‘공구 해줘’가 하나의 유행어처럼 쓰인다. 지난해 티빙 ‘환승연애2’ 종영 직후 인기를 얻은 한 출연진 SNS엔 “공구 열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최근에는 한 팬이 그룹 엑소 멤버 백현에게 흰 양말 공구를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 인플루언서 팬은 자신의 SNS에 “(그가) 유튜브를 열어서 광고 다 받아먹고, 인스타 공구 진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다 벌면 좋겠다”고 적기도 했다.
소비자 현혹하는 과장‧과대광고도
소비자가 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순기능이 있는 동시에 역기능도 존재한다. 카드 결제 불가, 배송 지연, 환불 거부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많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의 쇼핑몰 유형별 피해자 현황에 따르면 SNS 마켓 이용 경험이 있는 1893명 중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623명(32.9%)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허위·과장 광고’가 54.4%로 가장 높았고 ‘정당한 구매취소 및 환불 거부’가 36.9%로 뒤를 이었다.
최근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는 다이어트 효소도 문제가 됐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효소를 통해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며 사진과 함께 홍보한다. 효소를 먹으면 소화에 도움을 주고 내장지방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효소 공동구매를 시작한 A씨는 출산 후 4주간 10㎏ 감량한 사진을 보여주며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효소 섭취만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고,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NS를 통해 식품‧화장품 등을 광고‧판매하면서 허위‧과대 광고한 인플루언서를 대거 적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20일 인플루언서 84명 계정의 부당광고 행위를 특별단속한 결과, 54개 계정에서 관련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 게시물 383건 중에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부당광고인 경우가 23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기능식품 제품명에 ‘효소’를 검색하면, 단 17개의 제품만 검색됐다. SNS를 통해 판매되는 효소식품은 찾을 수 없었다.
2030이 SNS 마켓 선호하는 이유
SNS 마켓 쇼핑엔 2030세대 특징이 반영돼 있다. 브랜드 충성심이 높은 기성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브랜드가 아니라도 합리적인 가격과 선호하는 인플루언서에 더 매력을 느낀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2030세대는 ‘발견형 커머스’, ‘발견형 쇼퍼’”라고 정의했다. 이어 “기존 소비자들이 필요와 욕구를 느낀 다음 대안을 탐색하고 비교, 구매하는 의사결정 단계를 거친다”라며 “2030세대는 SNS를 통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경하다 연동된 시스템을 통해 쇼핑하는 방식”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2030세대는 이전 TV, 라디오 등 4대 매체보다 SNS를 통해 유명하지 않아도 본인 취향에 맞는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하며 마켓이 열리면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에게 유명한 광고 모델이 아닌 친숙하게 느끼는 인플루언서에게 신뢰를 느끼는 2030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품목들은 주로 문구, 생활용품으로 단가가 높지 않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