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고인이 생전 학부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동료 교사들이 주장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고인의 사인이 개인적 사유에 있다는 일부 보도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짊어져야 할 고질적인 문제를 전혀 짚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개탄한다”며 해당 학교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근무 중인 동료 교사들의 제보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일부 공격적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도 “고인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 이마를 긋는 사건 이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B씨는 학부모가 알 수 없는 경로로 고인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다음 수십 통 전화해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고인은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라고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교사 C씨는 이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가 고인을 찾아와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고인에게 근황을 묻자, “지난해보다 10배는 더 힘들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 출신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이 많은 것도 증언했다.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힌 교사 D씨는 “나 00 아빠인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D씨는 “해당 학교의 민원과 관련된 학부모의 대부분이 법조인”이라며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교사가 근무에 어려움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저연차 새내기 교사인 고인이 더욱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교사 E씨는 “지난해 3월부터 저경력 교사 5명이 근무했는데 경력이 있는 데도 힘이 들었다”며 “저경력 교사가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라고 발언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고인은 좋은 교사였다고 증언했다. 학부모 F씨는 “고인이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사로 접했지만 학부모들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한결같고 차분한 교사였다”라고 회상했다. 학부모 G씨는 “자녀가 학교가 너무 즐거워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라며 “자녀가 고인이 학교에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파 학교에 못 가겠다’고 했다. 귀한 선생님을 잃어 너무 애통하다”라고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경찰과 교육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노조는 “경찰에서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조합은 제보를 통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라며 “이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