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위한 수능 “영향력 줄여야 학교 교육 충실할 것”

N수생 위한 수능 “영향력 줄여야 학교 교육 충실할 것”

기사승인 2023-07-26 19:09:31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30년 수능이 만든 경쟁고통 사회, 대입의 갈 길을 제안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유정 기자


30년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보다 재수생에게 더 유리한 입시제도로 알려져 있다. 수능을 보는 5명 중 1명은 재수생, 반수생 등 졸업생이다. 특히 올해 수능 응시자의 N수생 비중은 30% 중반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학교 교육과정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수능은 과연 공정한 걸까.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득구‧강민정‧도종환‧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하고,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좋은교사운동 등 교원‧교육단체는 ‘30년 수능이 만든 경쟁고통 사회, 대입의 갈 길을 제안하다’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2028학년도 수능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교육보다 평가를 우선시하는 학교는 이미 입시를 위한 공간이 됐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학교는 이미 수업하는 장소가 아닌 평가하는 장소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정 부소장은 “2020년 코로나가 발생 후 등교하지 못하다 4월에 등교했을 때, 등교하자마자 한 일은 수행평가를 보는 것이었다”라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체제는 대학입시 제도가 만든 결과”라고 꼬집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30년 수능이 만든 경쟁고통 사회, 대입의 갈 길을 제안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유정 기자

입시를 위해 학교를 이탈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정열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 및 부산교사노조 중등부위원장은 “학생들이 1학년 혹은 2학년 지필고사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하면 휴학을 하거나 아예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시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학생들이 정시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도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라며 “1학년 성적 산출 방식을 상대평가를 고수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수능을 모두에게 공정한 시험이라고 보긴 어렵다. 주종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2팀장은 “최근 3년간 수능 점수로 의대에 진학한 학생 86.8%(강득구 의원실 제공 자료)가 재수 이상의 N수생”이라며 “N수생 대부분이 사교육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추정이라고 볼 때 결국 수능 상위권 득점은 사교육 도움이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정시 확대는 대통령 공약으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 팀장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시 확대를 공약했다”라며 “하지만 통계에 나타나듯 수능은 소득수준이 높고 학원이 밀집한 수도권 학생, 수도권 입시학원의 도움을 받는 N수생에게 가장 유리한 시험”이라 설명했다. 이어 “수능 점수를 기반으로 하는 점수 확대를 부모 도움 없는 공정한 경쟁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30년 수능이 만든 경쟁고통 사회, 대입의 갈 길을 제안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유정 기자


30년 동안 이어온 수능에 변화를 주려면 먼저 절대평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정미라 부소장은 “성취평가제와 대학입시에서 절대평가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며 “국가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취기준을 고려해 수준별로 일정한 비율의 문항을 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변별력에 대해서는 “절대평가를 진행 중인 영어처럼 변별력을 위해 고난이도 문항(킬러문항)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면 안 된다”라며 “대학 입장에서 변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수능 응시과목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2022 개정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엔 절대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라며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의견도 있으나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변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높아진 수능의 위상을 약화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이미 수능 위주 전형은 N수생 전형이라는 데이터가 명확하다”라며 “고교생활에서 학생들이 역량을 키우고 편안한 대입을 하려면 수능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위원장은 “40%로 확대한 정시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능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정시 비중이 유의미하게 낮아야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하며 대안을 찾아갈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상대평가 수능 기반의 정시모집이 사라지면, 학교 수업은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려 운영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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