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저경력 교사들을 만나 교권 침해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일부 교사들은 “교권침해를 직접 경험한 교사들을 만나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년 차 이하 초등교사 10여 명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교육감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선생님들의 교육활동 고충을 다각도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돼 약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당초 교사 22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11명만 참석하며 참석률이 절반에 그쳤다. 간담회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낀 교사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간담회에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한 교사는 “간담회 참석 요청은 매우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라며 “선정 과정도 공문 등 정확한 정보 없이 학교 관리자에게 전화 연락을 받아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조 교육감이 저경력 교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간담회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전국 교사 일동은 서울시교육청 저경력 교사 간담회 반대 입장문을 통해 “현 사안은 일부 교사의 일이 아닌 모든 교사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교육청에 전화와 팩스로 알리는 총공을 진행했다. 이에 조희연 교육감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연차별, 지역별, 학교 급별 선생님들의 고충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소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교사들은 이날 간담회를 반쪽짜리 간담회라고 평가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 19년 차 교사 박모씨는 “교권 침해 상황은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력이 적어서 교권 침해를 받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라고 꼬집었다. 교사 A씨도 “경력으로 나누지 말고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사를 대상으로 현장 고충을 듣는 간담회를 진행했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가 교사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전국 교사 462명을 대상으로 26~27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7.4%(450명)에 해당하는 교사들이 ‘저경력 교사 간담회는 대표성을 갖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대표성을 갖지 않는 이유로는 ‘차출 과정이 공평하지 않고 신규 교사 문제가 아니다’, ‘교사 집단 전체의 이야기를 경력 문제로 가르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해야 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 모았다. 교사 B씨는 “서울시교육청은 실질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라며 “교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박모씨는 “교권 침해 사안은 일선 학교 관리자가 아닌 교육청과 교육부가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아동학대법 개정, 교권 보호를 명시한 초등중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 교육감은 간담회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오롯이 듣고, 선생님들이 온전히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