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이 맛의 방주 등재를 위해 발굴한 ‘장성 꽃시감’은 큰 일교차를 지닌 장성에서 맑은 바람을 맞으며 자란 토종 감이다. 장성꽃시, 장성상추감, 장성비단시, 장성쇠또가리 등 8종이 있다. 주로 곶감으로 만들어 먹지만 감장아찌, 곶감김치, 감식초, 곶감떡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집장’은 찹쌀을 섞어 만든 고추장으로 고춧잎, 무청 등 삭힌 채소로 전체 간을 해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성 필암서원에서 만들어 먹다가 인근 동네로 확산됐다고 전해진다.
‘단술’은 쌀밥을 엿기름으로 발효해 만든 전통 음료다. 힘든 농사일로 인한 갈증과 허기를 달래줬다. 지금도 장성의 몇몇 음식점에서는 전식, 후식으로 단술을 제공하고 있다.
장성군은 최근 장성로컬푸드 첨단직매장에서 ‘남도 맛의 방주와 장성 향토음식 시식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군의 향토음식을 대중에 소개하고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관계자들과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향토음식 생산자인 김병권 은하농원 대표(장성 꽃시감), 김봉화 남도음식명인(집장), 지옥순 심지네푸드 대표(단술)로부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도 마련했다.
한편 199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는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사라지지 않게 보호‧육성하는 세계적인 사업이다.
표준화된 산업식품이 지구촌을 장악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향토음식, 전통적 산물, 장인(匠人) 생산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향토음식과 이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을 널리 알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맛의 방주’라는 명칭은 기독교 성서 속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실을 수 있는 배(방주, 方舟)를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기인했다.
등재 조건은 지역 생산물 이용, 전통 조리법 고수, 지역 정체성 반영, 일정량 생산, 멸종 위기 식품 등이다.
현재 전 세계 6159점, 대한민국에는 111점이 ‘맛의 방주’에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전남에서는 비로약차, 제비쑥떡, 장흥돈차 등 20여 점이 이름을 올렸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사라져가는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은 지역 음식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맛의 방주 등재를 통해 장성 향토음식의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성=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