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5%가 근무하고 있는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가 수리되지도 않았는데 7813명은 환자를 등지고 병원을 떠났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의 기본권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으나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상위 50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는 6112명이다. 나머지 50개 병원은 자료 제출 결과를 토대로 상황을 파악했다. 복지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의대생들의 휴학계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휴학 현황을 파악한 결과, 20일 기준 총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학 허가는 6개교 30명에 대해 이뤄졌는데 이는 ‘동맹휴학’과 무관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3개교다. 박 차관은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학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면밀히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대해선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병원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일시에 집단으로 사직하는 게 과연 헌법상 기본권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같은 날 성명서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입학정원 확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 데 대해선 “아직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지금 복귀하면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차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료인들이 중증·응급 분야의 환자를 방치하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사례는 없다”며 “정부는 임상강사와 전임의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피력했다.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과 환자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조짐이다. 20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8건이다. 주로 일방적인 진료 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다. 수술 취소 등에 따라 발생한 손해보상을 위해 법률 서비스 지원을 요청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