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을 등진 의사들에 뿔난 시민들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고발했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 수술을 거부당한 환자가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등 환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비대위 집행부, 박단 대전협 회장을 의료법 위반, 유기치사상, 협박, 강요, 업무방해,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의협 비대위 집행부와 박 회장이 전공의들의 파업을 교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민위는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 관련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하도록 협박, 강요했다”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집단행위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책무를 내팽개친 뒤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명예, 돈도 모자라 권력마저 쥐고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책임하다 못해 황당한 사고가 또 다른 사회적 혼란과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으나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5병원을 포함한 상위 50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는 6112명이다. 복지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서민위는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거나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의협 비대위 집행부, 전공의들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0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8건이다. 주로 일방적인 진료 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다.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부재로 수술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환자가 결국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이강현(34·가명)씨는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다”고 짚었다. 이씨는 “그동안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건 잘못됐다”며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 진료 받을 일이 많은데 파업이 장기화될 시 진료를 못 받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의 기본권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