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한 진성준(54·가명)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로봇수술’을 권유받았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말에 마음이 이끌렸다. 그러나 비싼 비용에 더해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란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을 이용한 암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아 활용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안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부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적 수술 표준이 개복수술에서 로봇수술을 비롯한 최소침습수술로 바뀌고 있다. 흔히 ‘다빈치 수술’로 불리는 로봇수술은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여러 개의 로봇팔과 3D 고화질 영상시스템을 통해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부위가 작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후유증도 덜하단 장점이 있다. 주로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여러 암 수술에 시행되고 있다.
병원의 로봇수술센터 개소도 잇따른다. 국내에 로봇수술이 처음 도입됐던 지난 2005년 약 17건에 불과하던 시행 건수는 2014년 8840건, 2022년 5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로봇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계 의사도 많이 배출된 상태다.
로봇수술이 가장 먼저 도입된 분야는 전립선암과 신장암이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데다 주변에 혈관이 많아 수술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 로봇수술이 출혈을 최소화한다. 김현회 명지병원 로봇수술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 주변에 핏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개복수술을 하면 5명 중 1명은 수혈하는 게 통상적이었다”며 “로봇수술 도입 이후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싼 수술비다.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아 200~30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복강경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은 최소 1000만원을 넘긴다. 외국기업이 관련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가격 조정이 어렵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이다 보니 비용 부담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도 적지 않다. 김 센터장은 “개복·복강경수술로는 위험성이 높아 로봇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 있다”며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적절한 치료를 적기에 받기 힘든 환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로봇수술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일부 지원해 주길 바라는 환자의 바람은 크지만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장 수술이 급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받지 못해 생기는 피해는 환자가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의료진도 로봇수술을 선호한다. 로봇수술 시 영상 기록이 남기 때문에 유사한 수술 영상을 통해 학습하고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고, 손 떨림이 보정된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보다 피로도도 덜하다.
정부는 2015년, 2019년, 2021년 크게 세 차례에 걸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로봇수술 급여화 여부와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 전개하고 있는 연구도 없다.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유럽, 일본, 대만 등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로봇수술 급여를 보장하고 있다.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은 “바느질이 재봉틀로, 자동차 수동 변속기가 자동으로 바뀐 것처럼 기술의 진보에 따라 대부분의 수술이 로봇수술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됐지만 한국은 편향된 시각으로 보고 공론화가 안 돼 있다”며 “어떤 질환에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급여를 보장해 줄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손을 놓은 상태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검토만 하다가 종료된 사안이며,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