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를 현재의 5배가량인 20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바이오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산업계와 범정부부처가 협력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첨단바이오산업을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충북 청주에서 개최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는 첨단바이오를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삼고,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를 200조원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또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무기로 첨단바이오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우리 정부도 AI 융합 신약·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 등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를 결합한 ‘디지털바이오’에 대해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첨단바이오 육성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집적지로는 충북을 선택했다. 충북은 앞서 첨단재생바이오 분야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됐다. 정부는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교육·연구기관, 바이오 기업, 병원 등이 입주하는 ‘K바이오 스퀘어’로 조성한다. 또 첨단바이오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오송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2027년엔 카이스트 부설인 AI 바이오 과학영재학교가 문을 연다.
글로벌 첨단바이오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2조달러(한화 약 2500조원)로, 우리나라 주력 3대 산업인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을 합친 수준이다. 2035년에는 약 4조달러(한화 약 5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제 바이오기술·제조 파트너십 구축
바이오산업 육성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글로벌 국가들은 바이오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바이오경제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위원회의 출범으로 바이오기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향후 위원회는 바이오 기술·제조를 통해 사회적 복지, 국가안보, 지속가능성, 경제적 생산성과 경쟁력을 증진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상무부, 국방부가 공동으로 의장을 맡고 국무부, 국립과학재단, 국토안보부, 보건복지부, 항공우주국, 법무부 등을 포함한 9개 연방 부처·기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9월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바이오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 인력 양성, 규제 간소화, 데이터 접근, 시장 확대, 생태계 조성, 동맹국 협력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유럽도 바이오기술을 촉진하기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내놨다. 지난 20일 유럽집행위원회(EC)는 유럽의회, 유럽이사회 등에 바이오기술 육성을 위한 정책 조치 계획이 담긴 통신문을 전했다. EC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의 상호 동의에 의해 5년 임기로 임명되는 위원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다. 해당 계획에는 EU 회원국마다 파편화된 바이오 규제의 단순화와 시장 접근 촉진을 위한 △‘EU 바이오 기술법’ 제정 검토 △‘규제 샌드박스’ 설립 추진 △‘EU 바이오허브’ 설립 등의 사안이 담겼다.
EC 통신문에는 “미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주요 국제 파트너와 ‘국제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파트너십’을 구축해 연구와 기술이전을 전개하고, 규제와 시장 접근 관련 주제에 대한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바이오산업 육성 구체적 계획 제시돼야”
우리 정부와 세계 각국이 첨단바이오산업 육성에 뛰어든 데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치밀한 실행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EU가 올해 말까지 미국, 인도, 일본, 한국 등 4개국과의 파트너십 출범을 목표로 우리나라에 참여 가능성을 타진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바이오 강대국들과 이뤄질 연구 및 기술이전, 바이오의약품·플라스틱 등 바이오 제품에 대한 규제 조화, 시장 진출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를 200조원으로 늘리겠단 정부의 방침은 높게 평가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선 산업계의 적극적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여러 트랙에서 바이오 클러스터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제시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산업계와 범정부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첨단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육성 중인 첨단바이오 기술이 대한민국의 민생을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산·학·연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첨단바이오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