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장점 살리기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위사업과 우주항공 분야 모두 성공을 거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인적분할을 검토 중이다. 오는 5일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과 방산 부문, 자회사인 한화시스템(방산)과 쎄트렉아이(우주항공) 등은 존속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에 두고, 한화정밀기계(산업용 장비)와 한화비전(보안) 등 비(非)방산 자회사를 신설 지주회사 아래로 재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인적분할이 성료되면 한화그룹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위·우주항공에 더욱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아울러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 인수(9000억원대)에 성공하게 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이집트·호주 등지에서 K9·10(자주포), 레드백(장갑차), 천무(다연장로켓) 등 굵직한 수주를 이어 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2% 증가한 691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밝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37% 증가한 95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란드 K9 자주포 출고량 증가 등 수익성 높은 수출 증가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7.5%에서 올해 9%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국내 방산 대표기업인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10개 포대 물량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를 수출하는 4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하는 등 중동 대규모 수주를 토대로 지난해 창사 첫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기세를 이어 LIG넥스원은 최대 생산 거점인 경북 ‘구미하우스’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근 공장을 매입, 부지 4만7000여m²(1만4000여 평)에 신규 제조·업무시설을 신축할 예정이다.
완공된 신규 시설은 기존 유도무기 생산과 더불어 LIG넥스원의 첫 로봇 관련 생산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LIG넥스원은 미국 로봇 제조사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 미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지난 2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세종연구소 토지와 건물을 3000억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토지 면적 5만7210m², 건물 면적 1만3734m²에 첨단 미래기술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근 판교 R&D 센터와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복안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투자 결정을 계기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국내외 R&D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증가한 R&D 인력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로템은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폴란드 K2 전차 수출을 적기에 달성하며 현재 2차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2차 계약 규모는 820대로, 1차 계약 180대 규모 대비 4배 이상이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정세 불안 등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흐름을 봤을 때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기업들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