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 검출로 촉발된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간의 ‘발사르탄 소송’이 약 4년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제약사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대법원 민사1부는 대원제약 등 34개 제약사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심리를 하지 않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는 제도다.
건보공단이 승소한 1심과 다르게 제약사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서 길었던 소송은 일부 제약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1월30일 법원에 34개 제약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 상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해당 품목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고,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요구했다. 발사르탄 불순물 파동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에 따른 교환을 진행하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019년 11월 36곳의 제약사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 선고에서 건보공단에 힘을 실었다. 1심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이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구상금과 함께 2년여간 소송이 진행되며 납부가 미뤄진 이자까지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나 34곳의 제약사들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지난해 11월10일 서울고등법원은 2심 선고에서 21개 제약사에 대해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13곳은 납부고지서에 명시한 채무 중 일부분에 한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 승소한 건보공단은 채무 의무가 없는 제약사에게 구상금과 이자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제약사들의 채무가 인정되지 않은 금액과 함께 2019년 11월1일부터 2023년 11월1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제약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