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등에 관세 3배 인상 방침을 내리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와 중국 철강회사가 보조금을 매개로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노조(USW) 소속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며 “중국 철강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묵직한 보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들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회사들에 국비를 쏟아 부어가며 가능한 한 많은 철강을 생산하도록 했다”면서 “중국 철강회사는 중국의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에, 결국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여분의 철강을 덤핑으로 판매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년 초반에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 넘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1만4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중국과 싸움을 원하는 게 아니라, 중국과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3배로 올릴 것을 고려하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바 있다.
중국산 특정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평균적 관세는 현재 7.5%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직접 권고한 세율은 25%에 이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이고 표적화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보편적 관세 부과를 공약한 것과 관련해 “내 전임자와 극우 공화당원들은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길 원한다”면서 “그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심각하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경우 미국 가정은 연간 평균 1500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US스틸의 매각과 관련해 “완전한 미국 회사로 남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나는 약속한다”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성명을 통해 1차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로 이뤄진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US스틸 관련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우리가 미국인 철강 근로자들에 의해 가동되는 강력한 미국 철강회사들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미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성 있는 제조업체다.
지난해 12월 조강량 세계 4위 업체인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원)에 매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미국 내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반발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리며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나선 것은 오는 11월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특히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블루컬러 노동자 표심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다. 지난 1월 전미자동차노조(UAW), 3월 USW가 각각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