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만호. 2018년 기준 일본 전역의 집 숫자다. 주택 13.6%에 달하는 수준이 빈집으로 남아있다. 일본은 2023년 전체 주택 30%에 달하는 2167만호가 빈집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빈집 증가로 인해 유령 마을 속출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초저출산‧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선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아무도 안 사는 집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인구문제 전문 민간 씽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과 함께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인구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초저출산‧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이미 부동산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수도권인 도쿄권의 주택자산 가치가 2045년에는 2019년 주택가격의 30%까지 하락해 94조엔(약 840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지역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도쿄 등 수도권의 고가 부동산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두 집 중 한 집은 빈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구 감소는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지방은 빈집이 늘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도 초저출산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 2월28일 통계청의 ‘2023년 출생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은 0.65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도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 대비 1만9200명(-7.7%) 줄었다. 2013년 43만650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5년을 제외하고 매해 감소해 10년 새 20만명 이상 급감했다.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지만 주택은 늘고 있다. 23일 부동산 정보사이트 ‘부동산지인’ 기준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입주량은 35만2672가구로 수요량 25만7093가구를 웃돌았다. 특히 전국 임대 아파트 입주량 5만13호까지 합치면 총 40만2685가구가 입주한 셈이다.
매년 수요 대비 많은 공급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적정수요량은 평균 25만가구지만,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수요보다 많은 공급이 예정됐다. 입주량이 가장 많았던 2018년에는 전국에서 임대 아파트 포함 50만3512가구가 입주했다. 이는 수요량 26만6382가구 대비 89.01%(23만7130가구) 많은 수준이다. 올해도 전국에 34만6092가구가 입주를 앞뒀다.
204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빈집 증가와 집값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인구 자연 감소 추세에도 1인 가구 증가로 국내 가구 수가 2039년 2387만가구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2040년쯤에는 총 주택수요량도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이후 주택 가격은 하락 추세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2040년 이후부터는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며 2050년에는 전체 재고의 13%가 빈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60분을 넘어갈 경우 집값 하락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된다. 우토 교수는 “도쿄 중심부까지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내인 주택가격은 2018년 기준으로 2045년에는 9.9% 하락하지만 출퇴근 시간 60분은 29.8%, 90분은 48.2%, 120분은 54.7%가 떨어질 것”이라며 “고령가구의 주택 자산가치도 도심에서 거리에 비례해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일본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용만 교수는 “일본은 합계출산율이 최근 반등해 1.3명으로 오른 반면 우리는 0.7명 수준”이라며 “일본에게 반면교사를 삼는 것이 아닌 일본이 우리를 보고 받을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된 주택의 빠른 재생과 빈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총주택수요량이 감소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노후화된 주택 재생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결혼 및 출산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는 청년층 주거 불안 해소책으로 민간임대주택 시장 활성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