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간 가스요금 동결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오는 5월1일 민수용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에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가스공사에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주택용 및 일반용 도매 공급 비용을 현행 요금으로 적용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는 그간 지연된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민수용을 포함한 가스요금을 5월1일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도시가스 요금은 해외 도입 가격이 반영된 원료비와 국내 시설 투자·운영비인 공급비로 구성된다.
특히 매년 5월1일은 이 중 공급비가 조정되는 날이어서, 정부는 이날에 맞춰 원료비와 공급비를 같이 인상 조정할 예정이었다. 원가 반영 시 10% 안팎의 가스요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가스요금이 인상된 바 있지만, 가스공사는 여전히 해외에서 들여온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의 80% 선에서 국내에 공급 중인 상황이다. 원료비 측면에서도 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가스공사가 본 손해는 회계 장부에 ‘미수금’이라는 항목으로 쌓이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약 1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엄청난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최근 가파른 국내 물가 상승 추세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1월 2.8%에서 2~3월 연속 3.1%를 유지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한 데다, 과일·채소류 가격불안이 이어져 4월 물가상승률 역시 3%를 웃돌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제시했던 것도 5월 가스요금 인상 결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가 더욱 악화돼선 안 된다고 보고 적절한 시기에 가스요금을 현실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유예’이기 때문에 공급비 등 조정을 향후 필요한 시기에 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2024년 공급비를 동결한다는 것이 아니라 별도 승인이 있을 때까지 현재 가격을 적용한다는 것”이라며 “더 검토해 필요하면 별도의 승인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