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도 中 저가 공세…‘제2의 태양광 사태’ 막을 방안 없나

풍력도 中 저가 공세…‘제2의 태양광 사태’ 막을 방안 없나

- 작년 정부 입찰 5건 중 2건, 중국 제품 사용
- 저가 제품 찾을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
- “적절한 국산 제품 사용 유도 대책 필요”

기사승인 2024-05-24 06:00:35
해상풍력 발전 설비. 연합뉴스 

국내 풍력산업에도 중국산 저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제2의 태양광 사태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풍력 정부 입찰 사업 5건 중 2건은 터빈 등 핵심 부품에 중국산을 사용한 업체가 낙찰 받았다.

터빈은 해상풍력발전 설비 원가의 25~35%를 차지한다. 낙찰 받은 업체 중에는 원가의 약 15%를 차지하는 해저케이블도 중국산 제품을 사용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은 국산·유럽 등 제품보다 30~40%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체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풍력업계 종사자는 “정부가 시행하는 고정가격 계약입찰제에 따라 전기 공급가격의 비중이 높아지고 입찰 상한가도 비공개로 전환되는 등 업체들은 무조건 입찰 단가(원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부터 기존 태양광 시장에 적용 중이던 고정가격 계약입찰제를 풍력발전산업에도 적용했다. 낙찰 후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다.

문제는 해당 제도의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 중 ‘전기 공급가격’ 비중이 60점인 반면, 국산 제품 활용 점수는 20점에 그쳐 사실상 최저 원가가 경쟁력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입찰 상한가도 비공개로 전환돼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는 상황이 형성된 데 이어 자국산 소재·부품 우대 조치도 폐지됐다. 국제 통상 분쟁을 우려한 조치였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맞물려 시장 내 자연스레 중국산 제품 사용 비중이 높아졌다. 2022년 정부 발주 사업 낙찰자 중에선 중국산 주요 제품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없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을 가장 많이 설치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 국산과 가격 차이가 확실히 있다”면서 “국내 산업에도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해 통상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국산 제품 사용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해상풍력 부품의 20%를 미국산으로 사용해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만은 2026년부터 해상풍력 단지에 대만산 부품을 최소 60%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일본은 발전기 고장 시 부품 조달이 빠른 업체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자국 제품 사용을 간접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국내 풍력산업 공급망이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 확대와 함께 국산 공급망을 보호하고,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7월 향후 2년간의 해상풍력 입찰 물량과 평가 방법 등을 공개해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고, 낙찰자 선정 기준에서 입찰 가격 외 기술 이전과 산업 전후방 연계 효과 등 비가격 평가 요소를 한층 강화해 국내 공급망 강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향후 순차적으로 주요 세부 과제별 후속 정책 수립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고, 무탄소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육성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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