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형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법무법인 세종 등 김앤장과 대결구도였던 로펌들은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과 ‘하이브·민희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등 두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앤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을 앞두고 소속 변호사 2명을 변호인단에 추가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가사2부는 SK그룹의 성장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도움이 있었다고 판단,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역대 최대 재산분할금인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약 1시간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 김앤장은 하이브 측을 변호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민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려 했다. 이에 민 대표가 주총에서의 해임 찬성 투표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간 경제계에선 ‘사법 리스크’에 있어 김앤장이 항상 우선순위였다. 김앤장은 1973년 설립돼 한국 유일 글로벌 100 랭크에 오른 로펌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로펌이다.
다만 이번 두 소송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김앤장=승소’ 불문율은 점차 옅어지는 모양새다. 법률신문이 조사·발표한 ‘2024 로펌 컨슈머 리포트’에서 김앤장은 ‘실력과 전문성’ 파트에서 5점 만점 중 가장 높은 4.54점을 받았지만, ‘수임료 적정성’ 파트에선 3.12점으로 가장 낮았다. ‘성과 만족도’에서도 법무법인 세종(4.35), 태평양(4.31)의 뒤를 이어 4.29점을 받았다.
물론 재계에선 업계 1위인 김앤장에 다소 까다로운 사건이 집중되기 때문에 수치로만 판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김앤장과 대결구도에서 성과를 얻은 로펌들은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민희진 대표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이숙미 변호사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당시 옆자리를 지킨 인물로, 당시 SNS에 “경력에 민희진 기자회견 1열 직관을 써야 하나”라며 “걱정이 됐지만 민 대표와 두 번 회의하면서 라이브로 가도 되겠더라”고 적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노소영 관장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율우의 김기정 대표변호사 역시 민사·가사·상속 등 본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법무법인 세종의 경우 법률신문의 ‘2024 로펌 컨슈머 리포트’에서 △전략 수립 능력 △비즈니스 감각 등 총 14개의 ‘로펌 역량 평가’ 항목 중 10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총 11개의 ‘업무 분야 평가’ 중 9개 분야에서 상위 점수를 받으며 최다 1위를 기록했다.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산업환경 및 시장 트렌드 변화와 고객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세종을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로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인재 블랙홀’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 Top Tier(일류) 인재들이 세종에 모여들고 있다”면서 “올해 초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원 내 도산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진 김동규(연수원 29기) 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와, 법원에서 이례적으로 대법원 조세조 총괄 재판연구관을 5년간 역임한 도훈태(연수원 33기) 전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 등 인재가 합류해 그 성과로 지난해와 올해 송무·자문 분야서 두루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소송의 경우 김앤장이 대규모로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2심 기간 자체가 짧기도 한 데다 다소 방심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라면서 “때문에 이들은 대법원 결과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김앤장이 국가적으로 상징성이 있지만 최근 은퇴한 전관들이 사실 강소 로펌으로 많이 가는 경우도 있어 시대가 어느 정도 바뀐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