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SK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재편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2일, 그룹의 인더스트리얼 솔루션 사업을 이끌어갈 신규 지주회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신설 법인의 창립사항 보고,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선임, 사규 제정 등 주요 안건이 의결됐다. 안순홍 한화비전 대표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앞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I솔루션 전문기업 한화비전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정밀기계를 떼어내고 ‘방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비(非)방산 계열사를 분리하고 방산과 항공·우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로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에 따라 설립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큐리티, 칩마운터, 반도체장비 등 사업부문을 맡게 됐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되는 구조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오는 27일 재상장하고, 2025년 1월1일을 기일로 한화비전과 합병해 사업 지주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분리 외에도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투자/사업), 한화파워시스템, 한화모멘텀, 한화자산운용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8명에 대한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주요 기업에서 대표이사 등 인사를 연말에 단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일정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 한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임팩트/투자부문 신임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한화시스템 신임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성과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노린 인사가 단행됐다.
한화그룹은 “각 사는 신임 대표이사 책임 하에 최적의 조직을 구성해 내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을 가결하며 그룹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의 첫 단추를 꿴 SK그룹은 ‘알짜 계열사’ 중심의 사업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임시주총을 개최한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승인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신주를 발행해 SK㈜가 보유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주식(지분 100%)과 교환,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산업 등에 활용되는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공급하는 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더불어 반도체 모듈기업인 에센코어(Essencore)도 자회사로 편입, 인공지능(AI) 시대 본격화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기대되는 반도체 분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IPO(기업공개)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15일 임시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불리는 김형근 당시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에코플랜트 외에도 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합병해 SK온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며,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 SK가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빈그룹 지분 등 비주력 자산의 매각을 적극 검토·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에겐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고,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준법 등 기본과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와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