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머플러가 있으니까 참지 마시고 마음껏 울어도 괜찮겠습니다”

사회자 정세진 아나운서의 위로로 시작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국회가 처음으로 주최한 행사로, 여야 의원들과 유가족들이 함께 고인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추모제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대거 의원들이 참석했으며,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통역도 제공됐다. 일부 의원들은 검정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추모제에 참석한 대다수 의원들이 보라색 목도리를 착용해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추모제는 이소노 합창단의 여는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사회를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는 울먹이며 “충격과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며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들이 지난 2년여의 시간을 억울함 속에 살아오셨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참석한 유가족들은 이 발언에 눈시울을 붉혔고, 참사로 희생된 159명을 기리며 참석자 전원이 묵념을 올렸다.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 진상규명·재발방지 다짐하는 자리로 추모제 준비”

추모제를 주최한 우원식 의장은 “오늘의 추모제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이제 막 시작된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과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에게는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며 참사로 세상을 떠난 159명의 삶과 꿈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한 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가 온전히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덮고 가리는 모든 것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길에 국회가 앞장서겠다”며 희생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송기춘 특별조사위원장은 특별조사위의 경과와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참사 원인과 과정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참사 당시의 대처 부족, 책임 부재, 2차 피해 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특조위는 강제 조사권이 없지만 진실과 양심을 믿고 끝까지 진상 규명을 이뤄낼 것”이라며 “진상 규명과 더불어 생존 피해자들의 회복과 지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의 어려움도 적극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억의 힘은 강해서 그 기억이 계속 모인다면 이런 참사로부터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독립적이고 차질 없는 역할 수행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년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참담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되짚었다. ‘참사는 왜 일어났는가’라거나 ‘국가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는가’ 등 질문을 이어간 그는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