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보험사 건전성 리스크 ↑…카드사 부담은 ↓

금리 인하에 보험사 건전성 리스크 ↑…카드사 부담은 ↓

한국은행 “장기 국고채 반등 등 금융안정 고려”

기사승인 2025-02-27 06:00:0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며 각 금융업권의 고심이 깊다. 보험업계는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카드와 저축은행업계는 조달금리 부담을 일부 덜 전망이다.

27일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보험은 금리 인하를 반기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다. 장기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0.25%p 인하했다.

보험사는 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부채)에 대비해 자산을 적립한다. 이 비율이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을 뜻하는 지급여력비율(K-ICS)이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만기가 긴 보험사의 부채가 자산보다 큰 폭으로 커진다. 더 많은 자산을 적립해야 같은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 회계제도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하락 여파도 여전한 시점이다.

보험 수요도 줄어든다.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만기가 도래하거나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주는 보험료에 적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떨어지면 환급금이 적어진다. 예정이율은 보험 가입 시점 보험료를 산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인하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적어지는 셈이다.

특히 장기보험이 많은 생명보험사의 타격이 클 수 있다. 종신보험이나 저축보험, 퇴직연금은 금리 민감도가 높다. 만기나 해지 환급금이 줄고 보험료가 오르면서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손해보험사는 오히려 금리 하락으로 자본성증권 발행 등 자본조달이 용이해질 수 있다.

반면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금리 인하를 반기는 분야다. 카드사는 주로 여신전문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여전채 금리가 떨어지면 카드사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과 적금 등 수신 기능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고객이 맡긴 돈이 자금이 되는 셈인데, 기준 금리가 인하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감소해 부담을 덜 수 있다.

금통위도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25일 공개한 통화정책방향에 따르면 장기 국고채금리 반등 등 금융안정 필요성은 기준금리 하향 조정 배경 중 하나다. 장기 국고채금리는 국내외 금리인하 기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하락해 왔으나 지난 24일 다시 반등했다.

장기 국고채란 국가가 발행한 만기 10년 이상의 채권을 말한다. 국가가 발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해 회사채보다 항상 금리가 더 낮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장기 국고채 금리도 하락하는데,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는 “앞으로도 성장세를 점검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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