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콜마가 경영권 분쟁이라는 내홍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ODM ‘빅3’로 불리는 코스맥스와 코스메카코리아 역시 미국·유럽·중동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나란히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K-뷰티 제조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장기 부진을 겪은 중국 시장의 회복 기대감,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까지 더해지며 하반기 실적 모멘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387억원, 영업이익은 822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5%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2개월 넘게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출 확대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도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동시에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컨센서스는 각각 6471억원, 634억원으로 추정된다. 코스메카코리아도 매출 1453억1453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수출 확대가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14.8%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에도 증가세는 이어졌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7월 1일~10일 수출액은 2억9784만달러(약 411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6% 늘었다. 6월 수출은 9억56만달러(약 1조244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수치다.
유럽과 중동이 특히 두드러졌다. 대(對)유럽 수출은 전년 대비 70%, 중동은 42% 증가했다. 업계는 영국·폴란드 등 유럽 국가와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이 수출 고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ODM 기업들은 인디 브랜드와 글로벌 로컬 브랜드의 수주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CAPA)도 적극 확장 중이다.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법인의 생산능력을 4배 이상 늘릴 계획이며, 한국콜마는 북미 시장 대응 차원에서 미국 제2공장을 준공하고 현지 생산 체계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콜마는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제2공장을 공개하며 미국 수출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현지 생산 체계’를 강조한 바 있다. 색조·기초·선케어 등 전 품목 ODM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은 기존 1공장과 합쳐 연간 3억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콜마는 “관세 부담 없이 ‘메이드 인 USA’를 원하는 글로벌 고객사의 수요까지 충족할 수 있는 관세·공급망 거점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부진했던 중국 시장 회복 기대감도 하반기 실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과 함께 한한령 해제 기대가 맞물리며 수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K-뷰티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올해 1분기에도 수출액 5억2000만달러(전체의 20.0%)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ODM 기업들은 단순한 수탁 생산을 넘어 제품 기획·개발, 브랜드 컨설팅까지 맡는 전략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인디 브랜드와 글로벌 로컬 브랜드 수요가 맞물리면서 수출 시장은 다변화되고 있고, 생산기지 현지화 전략과 미국·중국 등 주요 수요지 대응력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시장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북미 관세 리스크도 현지 공장을 통한 구조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하반기에는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 여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