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vs대한전선, ‘에너지 고속도로’ 훈풍 타고 HVDC 케이블 경쟁 본격화

LS전선vs대한전선, ‘에너지 고속도로’ 훈풍 타고 HVDC 케이블 경쟁 본격화

- LS전선 동해 공장 내 5동 준공, 캐파 4배 이상 확대
- 대한전선, 이사회 통해 해저2공장 건설에 약 5000억 투자
- 소송 이어온 양대 전선기업, 정부 사업 계기로 ‘업계 1위’ 경쟁

기사승인 2025-07-20 06:00:06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전선업계 양대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요소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캐파)을 일제히 확대하면서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수주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강원도 동해시 소재 해저케이블 공장 내 5동을 준공하고,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했다. 

해저 5동에는 VCV(수직연속압출시스템) 라인이 추가돼 해저케이블의 생산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크게 강화됐다. VCV는 수백km급 장거리 고전압 케이블 생산에 필수 설비로, 절연 품질과 전기적 안정성을 좌우한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번 설비 확충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도 LS마린솔루션과 공동 참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역시 최근 이사회를 열고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당진해저케이블 2공장 1단계 건설에 4972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연내 1단계 공장 착공에 돌입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캐파 확대를 위한 2단계 공장 투자 역시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의 해저2공장 1단계는 640kV(킬로볼트)급 HVDC 및 400kV급 HVAC(초고압교류송전)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전용 공장으로, 역시 VCV 시스템 등을 갖출 예정이다. 해저2공장 부지는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 내 해저1공장과 맞닿은 곳으로, 면적은 약 21만5000m²(축구장 30개 규모)에 달한다. 

대한전선은 해저2공장 1단계가 가동되면 해저1공장 대비 약 5배 수준의 캐파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케이블공장과 솔루션공장 및 해저1·2공장 등 대한전선의 국내 모든 생산 인프라가 당진에 집적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종민 대한전선 부회장은 “해저2공장 건설 추진을 통해 HVDC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본격화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 준비가 가능하게 됐다”고 전하며, “해저케이블 턴키(Turn-key) 경쟁력 확보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을 주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 및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당진케이블 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이들 전선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교류(AC)가 아닌 직류(DC)를 통해 송전하는 방식으로, AC 대비 손실을 30~40%가량 줄이면서도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확장하면서 수도권으로의 장거리 송전 필요성이 대두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로 더 많은 전기를 보내야 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면서 HVDC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HVDC 케이블 시장은 2030년까지 약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으로 HVDC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정부는 호남 지역에서 해상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달하는 서해안 HVDC 구축에 약 11조5000억원을, 이후 남해·동해까지 이를 연장해 2040년쯤 전국 단위의 U자 형태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데 총 20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상 송전망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민수용성 확보의 어려움이 큰 만큼, U자 형태의 전력망은 대부분 해저케이블로 구축될 예정이다.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리드하는 구조다. 다만 양 기업이 수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오면서 이번 경쟁이 사실상 업계 1위를 결정할 수 있는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가 두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기아차 화성공장 화재 사고 과실 여부 소송’은 대한전선이, 데이터센터 핵심부품 부스덕트(Busduct, 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배전 수단)용 조인트키트 제품 특허소송은 LS전선이 승소하면서 사실상 ‘1승’씩 나눠가진 상태다. 여기에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기업 (주)LS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하면서 경쟁이 그룹 단위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공장 캐파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양사가 이번 서해안 HVDC 프로젝트 수주에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임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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