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 때문에 연금개혁 불발…미래세대 부담, 매년 수조원씩 증가

국회 연금특위, 25억원 혈세 쓰고도 합의안 도출 불발
김우창 교수 “연금개혁 1년 지연될 때마다 매년 2조원씩 투입해야”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층 연금 불신 해결하려면 조속히 개혁해야”

기사승인 2024-05-09 06:05:02
- + 인쇄
2%p 때문에 연금개혁 불발…미래세대 부담, 매년 수조원씩 증가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17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사실상 백지 상태로 돌아갔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2%p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2%p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며 “특위는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여야 간 의견 접근을 봐서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금특위 여야 간사는 막판 조정을 통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다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선 소득대체율이 4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43%까지만 조정이 가능하다고 맞서며 협상이 끝내 불발됐다.

아직 21대 국회 임기(5월29일)가 20일가량 남아있지만, 그 안에 합의안 도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공을 22대 국회로 넘겼다. 지난 2022년 7월 출발한 연금특위는 활동기한을 2번 연장하고도 회의를 12차례 개최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약 25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문제는 연금개혁이 지체될 때마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필요한 국가 재정이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개혁이 1년 미뤄질 때마다 재정 안정을 이루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국가 재정이 매년 2조원씩 불어난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 국내총생산(GDP)의 0.1%씩 늘어난다”면서 “지금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2200조원이기 때문에 단순 계산을 해보면 2조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해야 재정 균형이 달성된다. 내년은 2조원, 그 다음해는 4조원이 늘어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연금개혁이 또다시 미뤄지자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개혁 방향성에 대한 여론까지 확인했으나 ‘결승선’을 앞에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발표한 ‘모수개혁’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소득보장을 더 강조한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이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시민사회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득대체율 43 대 45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킬 의지는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3주가 남았음에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국회가 개혁을 포기했다”며 “연금개혁 좌초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보장성 강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이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양당이 합의하지 못했다며 특위를 갑작스럽게 종료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며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강화하고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등 국민연금 개혁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의 수장이기도 한 김설 연금유니온 집행위원장은 8일 본지에 “여야가 2%p로 합의를 못한 건 정치권이 연금개혁을 심각한 개혁과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청년층의 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정치가 시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기간 동안 특위 회의를 열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금특위 소속인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는 개혁의 시급성을 고려해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다. 22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21대 국회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장 특위를 열어 21대 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2%p 때문에 연금개혁 불발…미래세대 부담, 매년 수조원씩 증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