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 하드웨어 벗어나 AI로…“신성장 동력 확보”

기사승인 2024-05-16 0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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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메디슨, 하드웨어 벗어나 AI로…“신성장 동력 확보”
삼성메디슨 강동 본사 이스트센트럴타워(ECT) 전경. 삼성메디슨


의료장비 개발에 몰두하던 삼성메디슨이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성장 폭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MRI, 초음파 등 의료 장비를 만들던 의료기기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AI를 지목하고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 시장의 규모는 2021년 110억달러(한화 약 15조458억원)에서 2030년 1880억달러(약 257조146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 역시 일찌감치 AI 사업에 발을 들였다. 주력 제품인 초음파 의료기기에 AI 기술 등 첨단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초음파기기인 ‘HERA W10 Elite’의 경우 태아 심장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하트어시스트(HeartAssist)’, 태아의 성장 지표를 분석하는 ‘바이오메트리어시스트(BiometryAssist)’, ‘뷰어시스트(ViewAssist)’ 기능을 접목했다. 성장 지표를 분석하는 AI 기능은 지난해 새롭게 개편된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2분기(14주~27주차) 태아에 한해 측정하던 항목들을 1분기(1주~13주차)까지 확장해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보완했다. 

이 같은 행보는 학계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북미영상의학회 등 세계적 학회에 초청돼 AI 진단 보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16일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오세아니아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8월 영상의학과 초음파인 ‘V7’과 ‘V8’ 제품에 심장 자동 측정 기능을 추가로 장착하며 제품을 개선했다. 간경화나 종양 등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에스 쉬어웨이브 이미징(S-Shearwave Imaging)’, ‘에스 퓨전(S-Fusion)’은 물론, 통증 부위 신경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너브 트랙(NerveTrack)’ 기능을 적용해 근골격계 질환 진료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의료 AI 기업과 인수합병(M&A)도 맺었다. 지난 7일 삼성메디슨은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AI 기업 소니오(Sonio)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이력과 내역을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메디슨 측은 소니오와의 협업을 통해 의료진이 진단에 들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AI 기술 도입 후 삼성메디슨의 실적은 반등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2011년 삼성에 인수된 뒤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20년에는 매출이 역성장을 그렸고, 영업손실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AI가 반영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해외 각지에서 입찰을 통해 대형 수주를 담아오기 시작했다. 삼성메디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매출이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5174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1년 매출(3973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30.2% 증가했다. 

삼성메디슨은 수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40%가량을 차지했다. 삼성메디슨은 동남아 지역의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주요 전략 포인트로 삼았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의료진이 부족한 동남아 지역은 효율적 진료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면서 “의료진의 진단 과정에서 편의성과 워크플로우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AI 기술 개발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메디슨은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켜 초음파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소니오와 협력하면서 유럽 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한편, 북미 지역 진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며 “산부인과 프리미엄 모델을 보강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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