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아리아(aria)이다. 이 오페라는 사기꾼에게 속아서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착각하고 마시는 주인공에 관한 코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니제티’는 자기의 작품을 다시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작곡가였는데, 사랑의 묘약은 오랜 기간 보고 또 보고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 만큼 재미있고 유익하다.
사실 이 오페라는 마시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묘약에 관한 희랍신화를 따서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의 묘약’이 존재할까?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의 묘약’은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마신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마시면 행복해지고 웃음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음료는 존재한다. 포도주와 맥주 같은 알콜 음료는 역사 속에서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잠시 행복하게 해 주어도 이에 따른 이성(理性)의 마비와 과도한 주사(酒肆) 때문에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술과 달리 부작용 없이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며 웃음이 나오게 하는 음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커피다.
커피는 마시는 음료다. 사람이 입으로 섭취하기에 음식(飮食)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배부르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닌 점에서 다른 음식과 다르다. 오히려 커피 안에 있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은 공복감을 불러온다. 커피 한잔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밥 값 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배부르지도 않는 커피를 비싼 가격을 주고 사서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과 관련이 있다. 밥은 배부르게 해주지만 커피는 마시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준다. 카페인이 행복한 감정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의 증가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커피가 웃음의 묘약이라는 과학적 근거인 셈이다.
커피는 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이후, 커피가 전해지는 나라와 민족,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커피 한잔을 통해 얻게 되는 유익이 참 많았기에 수많은 부침과 어려움 속에서도 인류의 음료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윤종신씨의 오르막길이라는 노래가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얼굴에 웃음이 솟아난다. 고소한 견과류의 맛과 잘 익은 과일의 산미, 베리(Berries)류(類)의 상큼함과 묵직한 대지의 마우스필(Mouthfeel), 그리고 길게 여운을 남기는 애프터 테이스트 (After Taste)까지, 마음을 기쁘게 하며 황홀하게까지 한다.
웃을 일이 없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는, 남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들,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웃음의 묘약’인 좋은 커피 한잔을 권하고 싶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