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칼럼] 공공수용성 증진의 열쇠

[산업 칼럼] 공공수용성 증진의 열쇠

심상협 에너지산업진흥원 전문위원

기사승인 2017-03-07 09:17:27

요즘 우리 정책현장의 관심사 중 하나가 ‘수용성(受容性)’이다. 흔히 ‘국민수용성’, 또는 ‘주민 수용성’의 정확한 의미는 ‘공공수용성(Public Acceptance)’이어야 맞다. 사전적으론 ‘원전이나 방폐장 같은 시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정서나 수용성 또는 그것들을 제고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홍보’가 아니라 ‘소통’이다. 일방향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홍보’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공론을 모아 합의하는 ‘소통’이라는 소신이다. 한국사회 갈등의 상징으로 원전 갈등을 꼽는다. 90년 11월 안면도 방폐장 사태로 촉발한 원전갈등. 12년여가 지난 2002년 안면도 꽃박람회 직전 개발 현황을 놓고 다시 첨예한 갈등이 재현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충남도청의 자문 요청을 받았고 ‘친환경개발 정책여론조사’를 수행했다. 이를 계기로 충남도와 주민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었다.

2014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임원으로 첨예한 원전갈등의 현장에 서게 되었다. 원전갈등은 정부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넘어 여야 대립의 정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우선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본연의 미션을 ‘홍보’에서 ‘소통’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공공수용성의 열쇠가 정확한 여론에 바탕 한 소통과 합의에 있다는 소신으로 남아공 ‘시나리오 씽킹’을 도입, 4번의 국회 세미나, 탈핵진영과 원전추진 측과의 10여회 컨퍼런스, 서울대사회발전연구원을 퍼슬리테이터로 ‘원전갈등 해소를 위한 시나리오 씽킹’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그러한 과정에서도 2015년은 원전갈등이 더욱 첨예화되어갔다. 2월 월성원전 계속운전,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보고, 2014년 삼척원전 주민투표에 이은 11월 영덕 천지원전 주민투표. 대부분 원자력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는 경북 현안들이었다.

그중 영덕 천지원전 주민투표는 공공수용성 증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4년 삼척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67.94%, 반대 84.97%(주민투표 관리위 공표)였던 원전반대는 영덕 주민투표에서 32.53% 투표율에 그쳐 주민투표법상 유효투표 기준을 넘지 못했다. 2월부터 진행한 주민 집단심층면접(F.G.I)과 여론조사, 주민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 프로그램, 빅데이터 리서치 수행, 대면면접 여론조사 등을 통한 공공수용성 프로그램을 수행한 결과였다.
         
2015년 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국회에서 ‘탈핵’ 입장의 야권을 설득, ‘홍보 예산’을 ‘소통 예산’으로 전환, 신설했다. 고준위방폐장 ‘국민홍보’를 ‘국민소통’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기도 했고 2016년에는 원자력학회에 공식 발표도 했다.

오늘날 공공수용성은 비단 원전뿐만 아니라 지역개발 현안에 확산일로에 있고 엄청난 비용의 소모와 심각한 갈등의 상흔을 던지고 있다. 경북은 새로 추진되는 전기차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갈등을 미리 예방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열쇠는 빅데이터 리서치를 포함한 정확한 주민 여론조사,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합의 프로그램, 무엇보다 일방적 ‘홍보’에서 벗어나 다자간의 호혜로운 ‘소통’에 있다는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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