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와 모든 것을 뚫는 창에 대한 우화는 유명하다. 모순(矛盾)이라고도 알려진 이 이야기는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꼬집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I'를 앞세운 기업 때리기 역시 모순이다.
BBQ는 15일 이준원 차관 주재로 열린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달앱 수수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배달대행 수수료 등 부차적인 문제로 인한 가격상승요인이 있어 검토한 것일 뿐 AI나 닭고기 가격이 오른 것이 이유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표면적으로는 세무조사까지 앞세운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업체가 백기를 든 형국이다. 문제는 세무조사와 불공정행위를 단속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드러난 범법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는 사실을 이유로 드는 것은 궁색하다. 오히려 정부가 기업의 이익활동을 세무조사라는 무기를 앞세워 강제적으로 제재한 상황이다.
제재 주체가 농림축산식품부라는 점도 의아하다. 업체의 불공정행위와 세무조사 등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주관이다. 해당 부처는 농식품부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협조 요청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AI로 여파에 따른 산지육계가격 상승으로 인한 치킨가격 인상 방지’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처음 농식품부가 치킨가격인상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산지 닭값이 최종적인 치킨가격에 반영되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농식품부의 주장대로 산지육계 가격이 최종가격에 반영되는 부분은 크지 않으며 BBQ는 산지육계가격 상승이 이유가 아닌 고정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 검토라고 밝혔다.
만일 농식품부의 주장대로 AI 여파가 가격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제재에 앞장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AI를 비롯한 구제역 등의 방역과 예방, 구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농식품부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이번 AI에 대해 조기 진압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국민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가장 책임을 져야 할 부처가 바로 농식품부다.
치킨가격인상 여론이 ‘AI가 원인이 아닌’ 상황이라면 타 부처의 권한을 앞세운 월권행위고, ‘AI가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기업체를 압박하는 우스운 꼴이다.
불과 일주일전 농식품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구제역과 AI 등 가축질병 종식 외에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