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㉛] 인간미(人間味) 커피

[최우성의 커피소통㉛] 인간미(人間味) 커피

기사승인 2017-03-17 12:03:20

최근에 매스컴에 소개된 특이한 카페가 있다. 지난 달 30일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창업한 ‘카페X’다. 이 매장은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매장인데, 이 카페 바리스타는 로봇이다. 창업자인 헨리 후가 소개하는 자기 카페의 최대 장점은, 기다릴 필요 없이 양질의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robota'다.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인데, 그는 1921년 『R.U.R(Rosuum's Universial Robots)』이라는 희곡에서 처음으로 로봇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희곡에서 그는 로봇은 인간이 해야 하는 특정한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로 묘사한다. 과거에는 기계공학적인 부분에서만 로봇이 활용되었다면 오늘날은 인간들의 삶에 아주 밀접하게 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카페X’이다.

이 카페에는 누구나 호기심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을 듯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 카페에 가게 될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로봇이 아직 낯선 오늘날, 흥미꺼리와 구경꺼리는 될지 몰라도, 사실 일반 커피 자판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로봇이 인간들처럼 미각세포와 후각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커피를 맛보고 분석하고, 향을 탐미하여 커피를 만들어 낸다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단순히 인간들이 프로그래밍 한 그대로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기계적인 동작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이 만들어 낸 커피와 로봇의 그것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nonsense)다.

인간이 만들어낸 커피와 로봇이 만들어내는 커피에는 이 외에도 더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미(人間味)이다. 인간 바리스타가 만들어 내는 커피 한잔에도 인간미가 담겨 있다. 바리스타의 철학과 감정과 인간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제공되는 것이다. 손님을 대할 때 바리스타는 따뜻한 마음으로 음료를 제공한다. 손님은 이런 인간미에 감동한다.

하지만 로봇은 그저 기계적으로만 커피를 만들어 제공할 뿐 인간미란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로봇이 만들어내는 커피는 한계가 분명하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사람들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 요리법은 부모에게서 자녀에게, 또 자녀에게서 후손으로 전수되었다. 그럼으로 요리에는 인간의 역사와 철학이 담겨져 있고 커피 한 잔에도 1500년을 이어오는 인간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음식에 담겨있는 인간미란 어떤 것일까? 엄마의 손맛이 대표적인 인간미라고 할 수 있다. 기계적으로 찍어내듯이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은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맛이 없다. 학교에서 먹는 학식이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해도 학생들에게 외면을 받는 이유이다. 골목집 작은 식탁, 의자가 몇 개 없어 불편해도 맛있는 집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것은 음식에서 인간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혹, 맛있는 된장찌개를 먹고 어릴 적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는 것은 인간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이 알 수도 없고,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며 감정이며 인간의 삶이다. 오늘, 로봇이 아닌, 기계가 만들어주는 커피가 아닌, 인간 바리스타가 웃으며 정성껏 만들어 대접하는 인간미 넘치는 커피 한 잔을 드실 것을 추천한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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