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의료계에서 개별 맞춤형 치료인 ‘정밀의학’이 떠오르는 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암환자에게서 채취한 암 조직세포를 사람에게 옮겨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갖게 된 인간화 마우스, 이른바 ‘아바타 쥐’를 통해 각종 항암제의 효능을 시험해 최적의 항암제를 찾아내는 방법이 학계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찰스 리(Charles Lee) 잭슨 랩 유전체 연구소 박사는 대한위암학회가 23~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주최한 '2017년 국제위암학술대회'(Korea International Gastric Cancer Week·이하 KINGCA)에서 이 같은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항암약물치료에서는 전이암 치료의 효과 극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정밀 의학이 화두다. 기존에는 일반적인 위암의 특성에 따라 독성항암제를 사용해 효과에 비해 심한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됐다. 반면 정밀의학은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암세포의 특이 유전정보를 이용해 그 환자에게 잘 맞는 항암제를 선택하는 것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같은 정밀의학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아바타 쥐’다. 잭슨 랩이 개발한 아바타 쥐는 인간화 마우스의 일종이다. 아바타 쥐는 인간과 비슷한 유전자형질을 가진 실험용 쥐를 일컫는다. 이 쥐는 신약개발은 물론 유전적 난치병 치료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 모델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위암 치료에 있어서 ‘인간화 마우스와 이종 이식(Humanized Mice & Xenograft)’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는 암환자의 조직 세포를 떼어내 실험용 아바타 쥐에 그대로 이식한 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환자에 적합한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찾아낼 수 있다. 주로 면역력이 낮거나 완전히 제거된 쥐에 인간의 세포조직이나 기관을 이식한 것을 말한다.
기존에 신약개발에서의 쥐 실험은 동물시험 단계에 한정돼 있었다. 아바타 쥐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기존 동물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바타 쥐는 전임상부터 임상 단계까지 전 영역에서 환자의 암세포를 쥐에게 주입하여 보다 환자에게 적합한 ‘신약’을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아바타 쥐는 ‘표적항암제’ 개발 뿐 아니라 최근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쥐는 인간이 갖고 있는 면역기능이 없다. 그런데 아바타 쥐에 인간의 면역세포를 심으면, 면역세포가 활성화 돼 암과 싸우는 기전 등을 쥐를 통해 발굴해 낼 수 있다. 이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바이오마커’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실험동물 분야의 세계적 연구소인 잭슨 랩의 찰스 리 교수는 “아바타 쥐를 활용하면 위암 영역에서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정밀의학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선영 세브란스 암병원 교수는(위암학회 홍보이사)는 “암환자의 조직세포를 떼어내 아바타 쥐에 심게 되면 각 암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표적치료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제까지 찾지 못했던 희귀한 표적을 찾아 치료제를 개발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 교수는 “아바타 쥐를 활용하면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를 찾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실험단계에 쓰이는 용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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