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전방위적 무역 보복 등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할랄식품을 대체시장으로 점찍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할랄식품 수출 증대 사업이 무위로 돌아간 전례가 있는 만큼,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난도 있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 가공된 제품을 말한다. 이슬람 교도는 할랄 제품만을 먹거나 사용할 수 있다. 수출을 위해서는 처리에서부터 가공, 유통까지 율법상 문제가 없었다는 공식 기간의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육식하는 동물의 고기도 제외되며, 허용된 일부 육류 역시 지정된 인원이 ‘다히바(Dhabina) 법’에 따라 도축하고 가공한 경우에만 할랄식품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조건은 까다롭지만 시장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할랄식품 시장은 2020년까지 1조6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83조2000억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할랄시장이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을 진화하는 소방수가 되기는 요원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2015년 아랍에미리트와 할랄식품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제2의 중동 붐’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8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 할랄식품 수출 규모를 12억 달러까지 확대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전북 익산에 할랄식품 전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문제는 할랄식품 전용단지 사업은 이미 유야무야 사라졌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할랄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용단지 입주 수요 의사를 타진한 결과 수요 자체가 없다시피 해 산업단지 조성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육류를 다히바 법에 따라 도축하고 가공하기 위한 할랄식품 전용 도계·도축장 구축 사업도 지난해 지원업체 자체가 없어 상반기 내 재공모를 추진해야하는 상황이다.
할랄식품 수출 자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2013년 6억7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수출액은 2014년 8억6000만 달러, 2015년 8억4000만 달러, 지난해 9억1000만 달러로 마뜩찮다.
신규사업자 진입장벽이 높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한 곳으로 이곳에서 받은 인증은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 수출 시에만 적용된다. 즉 그 외 이슬람 국가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별 인증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농심·대상 등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인증을 통해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만으로 수출하거나, 그 외 이슬람국가 인증 기준에 맞춘 공장을 준공한 뒤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대기업은 차치하고서라도, 사드 보복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중견·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자들이 인증 기준에 맞춘 공장을 설립하고 수출 길을 뚫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진화가 필요한 시국이다. 그러나 할랄은 소방수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