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철 기자] 얼마 전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20대 산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수사 결과 이 산모는 스스로 아이를 키울 능력을 갖지 못해 4년 동안 세 번이나 자신의 아이를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아동 유기뿐 아니라 양육의 어려움 때문에 아기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죽이는 사건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절박한 경우에 아이를 버리거나 학대하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장기간 또는 단기간 다른 곳에서 아이를 길러주는 가정위탁인 것이다. 청주의 산모가 버린 두 아이도 현재 다른 가정에 입양돼 잘 자라고 있다.
이 같은 가정위탁을 국가 차원에서 총괄하는 곳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다. 센터는 전국 17개 지역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지원하면서 가정위탁제도와 관련한 정책수립 및 교육, 가정위탁 인식증진을 위한 홍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위탁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음에도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게 현실이다. 청주의 산모도 이런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정필현 관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에도 아동은 존중받고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정 관장은 “어떻게 하면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고민하고 있다”며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 그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세상, 우리가 함께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정 관장으로부터 우리나라 가정위탁의 현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의 역할과 비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으로서 일해온 소감은
▶2013년 10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로 발령받아 일을 해오면서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도 인식 및 활성화 정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러면서 가정위탁 정책이 아동의 가정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이행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동보호에 있어서는 아동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과 이행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위탁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는데 있어서의 많은 차별요소들 역시 이 이행구조가 정책을 뒷받침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정책은 해당 이해관계자 및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낮은 인식도로 연결된다. 정책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자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동보호를 위한 가정환경은 보호받고 양육되기에 아동 입장에서 적합해야 한다. 이런 적합한 환경을 위해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양육의 자격을 갖춘 위탁부모의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한 아동을 책임진다는 것은 선의만 가지고서는 부족하다. 내 아이가 아닌 이웃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양육에 대한 가치관 확립과 전문성 확보가 수반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 및 양성과정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
▶가정위탁이란 친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없게 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발생했을 때, 일정기간 법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위탁가정을 통해 아동이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전국 17개 지역의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위탁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위탁부모 발굴 및 교육과 사례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는 이러한 지역가정위탁지원센터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으로 가정위탁제도와 관련한 정책수립 및 교육, 가정위탁 인식증진을 위한 홍보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선진국의 위탁가정제도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친권자가 자녀를 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 위탁아동을 위한 위탁부모의 법적 제도적 권리 행사가 불가능해 위탁아동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위탁부모는 위탁아동의 양육을 전담하고 있지만, 법적 대리 권한이 없어 긴급한 상황(전학, 상급학교 진학 등)에 있어서 아동복리를 저해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외에 통장개설, 행정서류 발급 불가 등 아동을 위한 위탁보호 중 대리권 부재로 인해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자녀를 실질적으로 양육하는 친인척 및 위탁가정 부모들에게 ‘사실상의 부모’ 지위를 인정해 자녀의 양육권과 이에 수반하는 부모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원의 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절차는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가도록 이루어져 안정된 양육환경에서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위탁아동 지원금은 월 15만원의 양육보조금(권고)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비를 포함해 1개월에 5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보조되고 있다. 이는 최저 61만~177만원 까지 아동의 특성과 연령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하고 있는 외국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15년 보건복지부의 ‘대안양육제도 양육비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아동 1인당 정부지원금이 양육시설 166만6340원, 공동생활가정 128만6615원, 가정위탁 66만7137원으로 다른 대안양육제도에 비해 가정위탁보호에 대한 지원이 많게는 2.5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위탁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위탁부모가 아동을 위해 행사해야 하는 최소한의 대리권에 대한 범위와 그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위탁아동의 대리권자 부재로 인한 일상생활 불편사항이 개선돼야 할 것이.
나아가 특성에 맞지 않게, 위탁아동을 위해 일괄 지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및 아동 연령·특성(학대피해로 인한 위탁아동, 장애를 갖고 있는 위탁아동 등)을 반영한 현실적인 지원으로 변화돼야 한다.
지역별·보호체계별 비차별적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가정위탁보호 업무는 지방에 이양돼 진행되고 있어, 아동에게 지원되는 내용에 대해서 지역 간 차별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보호조치 유형 간의 지원 편차는 아동의 선 가정보호 정책을 실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수반돼 아동이 차별 없이 보호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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