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성 개인정보 유출 불감증…구멍 뚫린 보안에 소비자만 멍든다

[기자수첩] 만성 개인정보 유출 불감증…구멍 뚫린 보안에 소비자만 멍든다

기사승인 2017-06-17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최근 인터넷 상거래 업체의 소비자 개인정보 노출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위메프다. 위메프는 홈페이지 점검 중 전산오류가 발생해 무려 5시간 동안 홈페이지에 420명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받아 간 일부 고객의 정보가 노출된 것이다. 

이중 일부 고객들은 실명이 포함된 은행명, 계좌번호가 노출되기도 했다. 위메프는 상황을 파악하는 즉시 개인들에게 알리는 등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지만 홈페이지에 무려 5시간이나 노출되어 있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보안 시스템에 취약하고,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민감성이 낮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그동안 업체들의 보안 불감증과 개인정보 유출은 그동안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건 인터파크의 사례다. 지난해 5월 인터파크는 1000만명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고객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이름과 아이디, 이메일 주소,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다. 인터파크는 따로 확인 사이트를 만들어 개인이 자신의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게 했고, 대부분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어 공분을 샀다. 

상황이 커지자 나온 인터파크의 사과문에는 해킹을 막으려 했다는 자신들의 노력만 담겨 있을 뿐 소비자들의 마음에 대한 위로나 보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런 태도에 분노한 일부 소비자들은 까페를 만들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송을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숙박어플리케이션 '여기어때'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 99만여건이 유출됐다. 금융, 숙박 정보나 주민등록번호까지 유출되면서 피해가 컸다. 다행히 해커들을 검거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고스란히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었지만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추세다. 

이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왔다. 피해에 대한 손실을 특정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는 곧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과 보상 체계가 잘 잡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비자가 보상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정말 심각한 피해였을 경우에만 겨우 보상이 이루어졌다. 

지난 2014년에는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사 고객의 신상정보는 물론 결제계좌,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 금융정보가 모두 유출됐다. 소비자들은 소송까지 불사한 가운데 겨우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피해를 받은 1인당 카드사당 10만원의 금액을 보상해 주는 데 그쳤다. 역시 피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의 핵심적인 정보가 빠져나간 데 비하면 너무 미미한 보상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 같은 문제를 일시적 실수라거나 외부 해킹세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업체를 믿고 정보를 맡긴 소비자들에게 억울한 피해를 끼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웹호스팅 업체인 인터넷나야나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가운데 유통업계의 안전 불감증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 유출은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 같은 불감증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 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만약 실수라 하더라도 이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시 사회적인 처벌이 크다면 이 같은 사례의 빈도는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징벌의 의미를 담아 손해배상 금액을 책정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시급한 상황이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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