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한 수가 통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지분 매각과 관련 파트너인 베인 캐피털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우선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시장의 관측은 가장 많은 인수가액(3조엔)을 제시한 대만 홍하이그룹 또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주도하면서 역시 높은 인수가(2조2000억엔)를 써낸 브로드컴 컨소시엄이 유력해 보였다. SK하이닉스가 속한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인수전에서 당초 유력후보에 끼지 못했다.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는 도시바와 인수자 간의 '윈윈' 전략이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통째로 삼키는 전형적인 기업 인수의 그림이 아니라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모두에게 득이 되는 조금 색다른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것이었다.
살재 베인캐피털이 내놓은 방안은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 51%를 취득하고 나머지 49%는 도시바나 도시바 경영진이 보유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경영권을 확보하되 도시바 지분도 남겨둬 도시바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 떼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다.
SPC의 구성도 베인캐피털 외에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채워졌다.일본 정부가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중국계 기업이나 자본은 배제해 중국 기업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 등 산업보안에 대한 일본 관·재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앞으로 정밀실사를 거쳐 SPA(주식 매매계약)를 체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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