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약계 성분명처방 갈등, '위해서'라는 국민은 어디

[기자수첩] 의-약계 성분명처방 갈등, '위해서'라는 국민은 어디

기사승인 2017-09-07 00:04:00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성분명 처방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세계약사연맹(FIP) 2017 서울총회에서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Generic Substitution and INN Prescription)’을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일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성분명 제도 도입의 불가피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는 FIP 회장인 카르멘 페냐(Carmen Peña) 박사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성분명 프로그램 그룹장인 라파엘라 발로코 메타밸리(Raffaella Balocco Mattavelli) 박사가 함께 참석해 성분명 처방에 대한 선진 각국의 세계적인 정책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약사들의 행사인 만큼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될 것은 자명한 일이기에 의사들도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연말에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를 근거로 대한약사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 시행을 촉구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의사와 약사간 갈등의 정점에 있는 성분명 처방은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데 있어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하고, 약사는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때 동일성분 동일제형에 대해 어떤 제품이든 선택해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이 분리됨에 따라 현재 의사가 상품명을 처방하고, 약사는 해당 의약품을 조제하고 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에 한하여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약사가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 약사사회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감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어느 약국에서나 처방의약품을 조제 받을 수 있어 국민의 약국 이용 편의성은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사사회는 환자의 특성과 약의 효능을 고려해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적합한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의 고유 권한인 처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의약분업의 원칙이 파기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국민의 편익증대와 재정 절감 위해서는 선택분업(약국과 병원 중 환자가 조제 받을 곳을 선택)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선 현장의 의사들은 동일성분이라도 의약품에 따라, 환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 동일성분의약품(이하 제네릭)의 허가를 위해 제출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의 유효성 인정구간이 넓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약사들은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해 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대해 신뢰를 지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결국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의약품에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여부이다. 현재 의약품 처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은 불법 리베이트로 매번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되면 어떻게 될까. 의약품의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게 되고, 제약사는 약국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 일부의 주장이지만 장사가 안 되는 약국의 경우 의약품 재고처리로 악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국민에게는 어떠한 것이 좋을까.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성분명 처방이 되면 우선은 약국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은 확실하다. 반면 복약지도가 제대로 안돼 환자는 처방받은 약만 받아가는 현재의 약국 상황에서 약의 선택권을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국민들은 성분명 처방의 시행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또 의사-약사간 다툼으로 피해를 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의사와 약사가 나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다. 

의료 소비자가 된 환자에게 보다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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