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AI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혜성같이 바둑계에 등장했다가 인간계의 두 챔피언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 홀연히 은퇴한 알파고는 이 분야에 지식을 가지지 못한 일반인들에게까지 AI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상징적인 사건은 2016년 WEF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향후 일어날 거대한 변화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화 혁명, 전기에너지에 기반한 대량생산 혁명,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 혁명에 뒤이어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 중심이 되는 기반기술에는 인공지능과, IoT가 있다. 4차례의 산업혁명에는 공통적으로 혁명적인 기술진보가 있었다. 기술 진보, 즉 도구의 진보가 인류 전체의 삶의 모습을 양과 질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의 하나인 인공 지능이 지금까지의 기술과 질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 특징을 기술적 특이점(Digital Singularity)로 설명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을 말한다.
인류의 지성을 뛰어넘는 그 순간이 지나면,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의미하며, 더 이상 인간에 종속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님을 뜻한다.
◆한국 유통에 있어서 AI의 의미
이제 국내 유통으로 눈을 돌려 보자.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6년간 국내 유통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했다. 온라인/모바일로 대표되는 신유통 채널의 경우, 유통시장 성장률을 뛰어넘는 두자리수 성장을 달성하였으나 가격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전통오프라인은,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시장평균 성장률을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하나로 A.I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고객 구매행동의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쇼핑 채널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던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급격하게 성장하여,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채널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다.
이미 고객들은 필요에 따라 구매 채널을 선택하고 있다. 채널별로 제공하는 차별화된 가치 역시 퇴색되어 버린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구분된 조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흥기업들은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즐거움을 동반한 구매행동은 쇼핑으로, 반복/지속적인 구매활동은 노동으로 규정하고, ‘노동’에 가까운 구매행동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음성주문 및 자동결제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의 행동 관찰을 통해 얻어진 인사이트를 기술로 뒷받침해 새로운 사업기회로 구현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파괴력에 대해 일찍부터 주목하고 그룹 사업전반을 아우르는 혁신동력의 하나로 삼기로 결정했다. 협력 파트너로는 IBM 왓슨이 선정되었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맞춤형/개인화 서비스 역량 향상”을 핵심 전략방향으로 잡아 그룹 역량을 집결하여 고객에게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렌터카를 보유한 롯데렌탈은 ▶ 자동차 렌탈 중심에서 소비재 전반으로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 B2B에서 B2C로의 확장을 중장기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달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렌탈 플랫폼 MYOMEE(묘미)에서는 고도화된 개인화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먼저 초기단계에서는 상품군과 선호가격대 기준으로 기설정된 42개의 페르소나를 활용하여 맞춤형 제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충분한 데이터와 가설 검증을 통해 본격적인 개인화가 실시되는 2단계에서는 페르소나를 400개로 확대시켜 세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단계에서는 고객 한명 한명의 니즈에 기반된 정밀한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진화의 마지막 외부적요인
AI, 빅데이터, IoT를 핵심기술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한복판에 서 있는 우리가 미래를 단언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크나큰 변화의 순간에서 인류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술에 기반한 진화의 외부화에 있다고 본다. 큰 변화의 물결은 인류의 삶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고, 거기에 사업모델을 어떻게 적응시켜 생존하느냐는 모든 기업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진화의 마지막 외부적 요인 중 하나라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고 가능한 것부터 계속 도전해나가는 것이 생존법칙일 것이다.
글=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 최창희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