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단추 잘못 꿴 BBQ의 진실게임

[기자수첩] 첫 단추 잘못 꿴 BBQ의 진실게임

기사승인 2017-11-16 05:00:00

중언부언하는 주장은 일관된 거짓말보다 믿기 어렵다. 오히려 실제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신뢰성을 의심받게 된다.

윤홍근 BBQ 회장이 가맹점을 찾아 갑질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과, 전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가맹점주가 자사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계속했다는 반박이 맞부딪쳤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점 점주에 따르면 지난 512일 윤 회장이 갑작스레 매장을 찾아와 주방으로 난입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인 윤 회장을 저지하자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XX 해고시켜, 여기 폐점 조치하라는 욕설과 협박을 계속했다.

윤 회장이 돌아간 뒤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중량이 기준치보다 모자라는 닭이 공급됐다. 담당 수퍼바이저는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곡 제대로 된 닭을 공급받지 못해 손님이 떨어져나갔으며 결국 스스로 매장을 폐쇄했다.

매장 외부에는 ‘BBQ 본사의 지속적인 불공정 행위와 갑질로 인해 다시는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파장은 대단했다. ‘인 프랜차이즈 본사 회장님이 인 가맹점주에게 욕설을 해가며 상대적으로 높은 권위로 폐점을 운운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을 분노케 하기 충분했다. 앞서 두 차례의 가격인상으로 미움 아닌 미움을 받던 BBQ에게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BBQ는 해명에 나섰다사건이 발생한 날 윤 회장이 코엑스에 업무차 들렀다가 봉은사점에 들린 것은 사실이며 당연히 사전에 점주에게 알렸다는 설명이다.

BBQ에 따르면 매장 안에 들어선 윤 회장이 인사를 했지만 대답이 없자 조리가 이뤄지는 2층 주방으로 향했고, 유니폼을 입지 않은 직원들이 주방에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얼핏 주방 안에는 본사에서 공급되는 재료들이 아닌 사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윤 회장은 문제가 많은 매장으로 보이니 사실 확인을 해보고 규정에 따라 폐점할 사항이 있으면 페점하라고 함께 매장을 방문한 직원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BBQ 측은 해당 점주가 재료를 사입한 증거라며 사진과 카카오톡 대화내역 사본,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BBQ에서 명확한 입장이 나온 것은 처음 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지 24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 사이 통일되지 않은 사측 입장들이 쏟아져나왔다.

회장님 방문을 사전에 전달 못한 것은 사실이나’ ‘10분 전에 미리 전달했다’ ‘한 시간 전에 점주에 말했다등에서부터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복장이 불량해 주방으로 들어섰다’ ‘사입 물건이 보여 주방으로 들어섰다등 윤 회장의 몇 안되는 행동에 십 수가지 입장이 나왔다. 처음부터 일관된 주장을 이어온 봉은사점주와는 확연하게 반대였다.

사측 입장에서는 충분히 본사와 가맹점주의 진실게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사안을 초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사측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일관되게 차곡차곡 쌓여온 가맹점주의 주장을 심정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방 꺼질 줄 알았던 작은 불씨는 화마처럼 덮쳤다. 이제 진화를 위해서는 처음보다 몇 배의 수고를 들이게 됐다. 불길을 키운 것은 회사 스스로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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