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전담하는 MC사업본부 규모를 줄이고 미래 사업으로 키우는 자동차 전장 VC사업본부로 연구인력을 재배치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주력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시장 흥행 부진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경우 37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으며 누적 적자는 수조원에 이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2016년부터 조직 내 각 분야 책임자가 교체되고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총괄 부서 신설, 가전과 영업조직 통합 등이 이뤄졌으며 지난해 인사에서는 2013년부터 사업본부장을 맡아온 조준호 사장이 인화원장으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일련의 노력은 지난해 플래그십 제품 ‘G6’와 ‘V30’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기능은 고도화 되면서 디자인은 단순화 되는 트렌드에 맞는 ‘풀비전’ 디스플레이와 강화된 멀티미디어 기능 등으로 무장해 전작 대비 시장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적어도 과거 물리적 키보드나 가죽 케이스, 분리형 배터리 등을 고수하며 시장과 엇나가던 모습은 완전히 버렸다.
그럼에도 애플, 삼성 등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경쟁자와 승부는 쉽지 않았고 오히려 대규모 마케팅 비용 등에 따라 적자폭은 줄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것이다’ ‘모바일 사업을 축소한다’는 등의 분석이 이어졌다.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는 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아온 조성진 부회장의 발언도 영향을 줬다.
조 부회장은 최근 국제 가전 전시회 ‘CES 2018’에서 “G와 V(기존 제품 라인업)를 나눠야 될 필요성이 있는지”라거나 브랜드에 대해 “변화시키려고 생각한다”, “바꿀 수도 있지 않겠나”는 등의 발언으로 앞으로 스마트폰 마케팅 전략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기존 G·V 시리즈의 플래그십 제품 투트랙 전략이 이미 물러난 조준호 사장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방향에 대대적 수정이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스마트폰은 자동차와 함께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IT(정보기술) 결정체다. 통신과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기존 스마트폰 하드웨어 외에도 인공지능(AI) 비서 등 사용자와 밀접한 인터페이스를 가장 먼저 적용하는 분야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지난해 ‘갤럭시 S8’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인 인공지능 솔루션 ‘빅스비’를 가전 등 전사 제품군에 적용하기로 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환경에서 사용자단의 중추적 역할이다. 차세대 5G 통신 환경이 상용화되면 그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가전부터 모바일까지 넓은 사업 영역을 갖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까지 프리미엄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생활가전 자체에만 주력해온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IT 기술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CEO 직속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신설, 신임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에게 센터장을 맡기며 이같은 전사 기술 시너지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기업이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도 이 조건에 해당된다 할 수 있지만 버리기에는 아직 그 역할의 중요성이 크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