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로 현대아산을 다시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반면 한때 주인이었던 현대상선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 당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재건…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
"남한과 북한이 언젠가는 평화의 길로 접어들 것을 의심치 않는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현대아산 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이후 뚝 끊긴 상태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마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중단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매출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1조7000억원이 줄었으며 임직원수도 1084명에서 175명으로 감축됐다.
이 가운데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며 금강산 관광의 재개의 꽃이 피었다. 이후 10년 가까이 끊겼던 금강산 길이 다시 열렸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12명의 인원이 선발대로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과 마식력 스키장 점검을 위해 북으로 들어갔다.
지역사회 또한 금강산 관광 재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성지역 사회단체 대표들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을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보내기도 했다.
◇믿었던 자식들의 '배신'…현대상선, 배임 혐의 고소
현 회장의 사랑이 각별했던 현대상선이 주인이 바뀌자 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이 2016년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현대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적극 지원했다.
실제 2대 주주인 쉰들러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1년 동안 유상증자와 영업이익 등으로 조달한 현금 1조 6000억원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8800억원을 현대상선에 지원했다. 이에 쉰들러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현 회장은 사재 300억원을 현대상선에 출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매각 과장에서 부당한 계약 체결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 발행 주식과 신주인수권 등을 공동매각하는 과정에서 현 회장 등이 현대상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했다"며 "현대상선은 현 회장 등이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후순위 투자(1094억원)와 영업이익을 보장(연 162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현대상선에게 유리한 발언이 이어졌다.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2014년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기 위해 현대상선이 15건의 부당한 계약을 체결했고 이로 인해 현대상선의 유동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사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채 의원은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에게 현대로지스틱스를 5년간 독점 이용하도록 한 것은 현 회장의 조카와 제부가 주식의 100%를 보유한 쓰리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 행위를 계속할 수 있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현대로지스틱스는 2016년 5월 (주)쓰리비에 택배 운송장을 높은 단가로 구매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수 일가 사익편취 부당 행위로 과징금제재를 받은바 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