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영어를 몰라도 아는 척한다.”
독일의 대한민국 비즈니스 안내서에 쓰여 있는 말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대략적인 영어의 맥락을 파악하고 간단한 문장과 손발을 이용해 설명을 한다. 잘 모르더라도 질문하지 않고 자기가 이해한 선에서 설명을 한다. 그 대답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정부의 행보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손해보험산업 혁신 발전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미흡했던 소액간단보험 시장의 활성화 추진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소액간단보험은 보험 가입기간이 1~2년 미만으로 간단하고 단순한 위험을 보장한다. 보험료 역시 비교적 소액이다.
우선 온라인 보험 판매채널을 육성해 전자금융업자의 보험판매를 허용한다. 소액 간단보험대리점 등록시 요구되는 관행적 요건을 폐지하고, 등록 가능한 업종 운영방식도 개선한다.
특히 보험가입시 필요한 보험 안내자료를 간소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험에 가입할 경우 일반적으로 약 20~30장의 안내서류를 제공해야 하나, 소액간단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안내서류를 약 4~5장으로 간소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안내서류를 25% 가량 줄이면 가입자가 알아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안내 자료를 줄이는 게 아니라 청약서 중복 자료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라며 “소액간단보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불완전판매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 중 보험은 유독 불완전판매가 높은 업권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험 상품설명 불충분 민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 건수는 지난 5년(2016~2011)간 3만 건에 달했다.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한 또 다른 불완전판매 피해는 양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액간단보험은 용두사미가 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 상황을 잘 모른 채 급하게 서두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빨리 보다는 정확하게 소액간단보험 추진 과정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