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상당하다.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채용이 부모나 친인척 등 배경에 따라 불공정하고 불평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초점은 신입사원 채용에 맞춰져 있을 뿐 이러한 채용비리를 불러온 혼탁한 ‘윗물’의 채용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오히려 소위 ‘캠코더’(대선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편승하기 위해 너도나도 정권에 줄을 대는 판국이다.
기업은행에서는 지난 13일부터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이 사외이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김 사외이사는 금융연수원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이다.
다만 그가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에는 능력이나 경력보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의 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전·현직 금융기관 임원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지난 대선 기간에 금융권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이끌어낸 곳이다.
앞서 지난해 선임된 김세형 사외이사도 문재인 캠프출신인 만큼 국책은행의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캠코더 인사로 선임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오고 있다.
캠코더 인사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일에는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이사장은 민간 금융사 출신으로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던 신보에 변화의 물결을 불어 넣을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 그와 관련된 교체설이 끊이질 않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사의표명 배경도 정부가 기재부 출신으로 후임을 결정해 놓고 사퇴를 압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캠코더 인사는 민간 금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신설해 김정민 전 사장을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데다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밖에 이동걸 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등도 모두 캠코더 인사의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이러한 캠코더 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국정운영을 위한 대통령의 임명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과 공평이 사라진 이러한 캠코더 인사는 각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또 다른 채용비리를 불러오게 된다. 탄탄한 조직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특히 낙하산 인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조직원들은 능력과 성과보다 ‘줄 대기’에 바빠지고, 조직의 경쟁력은 뒷걸음 하게 된다.
과거 KB금융이 낙하산 인사로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국내 최고 금융사라는 타이틀을 잃은 채 추락한 사례는 인사 문제로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이후 KB금융이 다시 일어서기 까지는 무수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공평한 인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 정부가 ‘보은인사’라는 허울을 벗어나 국민이 다 같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