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다.” “아는 게 힘이라잖아요.”
2006년 영화 ‘타짜’에서 기술을 알려달라는 주인공 고니에게 스승인 평경장이 점잖게 축객하는 장면이다. 처음 이 장면을 접했을 때 스스로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는 게 약일까, 아는 게 힘일까.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싼 양 측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완전표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대체품이 없더라도 알고는 먹어야지 않겠느냐’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말한다. 반대로 일부 기업과 정부부처는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이날 GMO반대전국행동과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등 57개 단체들은 ‘GMO 완전표시대 시민청원단’을 꾸리고 완전표시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또한 공공급식·학교급식에서 GMO 식품 사용 금지, Non-GMO 표시를 막는 현행 식약처 고시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는 현행법상 GMO 작물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최종 가공 제품에서 GMO DNA가 남아있지 않다면 이를 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표시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관계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가공제품의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표기개선을 개선했다.
그러나 원물이 GMO 작물이라면 성분 잔여여부와 상관 없이 GMO 표기를 해야하는 ‘완전표시제’는 배제됐다. 게다가 ‘Non-GMO’ 표기제한으로 인해 소비자는 내가 구입해서 섭취하는 음식물이 GMO 상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
식약처는 애초에 GMO 작물로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에 Non-GMO 표기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금지했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제공되야하는 정보 자체가 원천 차단된 셈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유통·판매되는 대부분의 라면, 식용류, 과자 등은 GMO 또는 GMO를 사용한 원·부자재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제품 어디에서도 GMO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최종 결정은 소비자에게 있다. 이런 소비자에게 전달해야하는 정보를 어떤 이유로든 강제하고 막는 것은 옳지 않다. 정말 GMO 작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기우이자 막연한 불안이라면 GMO 자체에 대한 정보를 막는 것보다 이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소비자들은 현명해졌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응답할 차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