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밝힌 1급 발암 물질이다. 전체 폐암 발병의 3~12%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심각성과 폐해가 상당하다. 문제는 이런 방사선 물질로 가공한 제품들이 음이온 건강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침대, 베개, 벽지, 팔찌, 목걸이, 안대, 골프장갑, 마스크팩, 속옷 등 방사선 물질 가공 제품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있지만, 이렇다할 법적 규제가 없어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방사선 원료 물질과 부산물의 대해 추적을 하고 있지만, 제품 제조 이후에는 추적은 물론, 이렇다할 관리 주체도 없는 실정이다.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누락됐을 것으로 짐작한다. 생활 속 방사선 제품의 위험성은 인지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외면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의 말이다. 신 의원은 지난달 18일 방사선물질 가공제품에 대해 이를 제조하거나 수출입하는 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안전관리 의무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전문기관에서 조사받도록 하는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최근 문제가 된 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생활 속 방사선 제품의 추적 및 관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고서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매트리스 수거, 안전성 확인, 소비자 지원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및 제도개선 사항은 의견을 수렴해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당장 침대의 수거 및 정보 공개 과정부터 정부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며 목소릴 높인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수년간 ‘라돈 침대’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 전부를 거쳤다. 대진침대의 생산 기록, 판매장부 등 현재 정부가 과연 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도 의문이다. 2차, 3차 피폭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다도 (라돈 침대 사태가) 더 심각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일단 침대부터 조속히 수거돼야 한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후에는 전문자와 피해자가 참여하는 방사능 피폭 기준을 선정, 피폭 위험이 있는 노동자와 소비자에 대한 정밀한 건강 진단과 미래 발생할 위험을 고려해 보상해야 한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
과도한 공포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능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의 평가를 갖고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며 “작금의 사태는 문제점이 확인만 된 것일 뿐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저농도 방사능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미국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산술평균에 매립돼 접근하면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판단 기준과 근거를 갖고 이 사태를 접근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은 통합된 관리 규범과 부처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생활, 의료, 우주 방사선 등을 관련 법률을 그때그때 적용해선 안 된다. 일괄 관리를 위해 기준 법안이 필요하다. 또한 방사선 관리에 대한 핵심 조직과 체계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