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동산담보대출을 놓고 말들이 많다.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의 정책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은행권에 상품 취급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이 아닌 기계나 지식재산권, 상품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동산담보대출이 창업기업, 초기 중소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3년 내 동산담보대출의 규모를 15배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1조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5000억원 규모의 특별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산업은행을 통해 동산담보대출에 활용될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은행에 빌려주기로 했다. 이밖에 동산의 가치 평가 및 법적 권리 보장 등을 위한 각종 제도 개선 추진을 통해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취급을 종용하고 있다.
금융위의 이같은 행보에 은행권에서는 불만이 상당하다. 금융위가 동산담보대출의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동산의 분실·훼손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만 믿고 동산을 담보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게 동산의 경우 대출이 부실화 됐을 때 담보물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금융위가 단기 목표치를 설정하고 은행을 ‘줄세우기식’ 경쟁으로 몰고 가는 점도 불만의 대상이다.
은행권의 불만은 대출 취급 실적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기업은행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은 5월 출시된 이후 7월 말까지 취급실적이 113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업은행을 제외할 경우 여타 은행에서는 IoT를 활용한 동산담보대출 실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동산담보대출에 대해 “실체가 없는 상품”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불만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불만에 앞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면 단지 창업기업, 초기 중소기업 등 담보력이 취약한 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동산담보대출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외면했지만, 현재 은행권의 효자 시장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 대출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자동차 대출은 초기 담보에 대한 관리 부담과 작은 시장 규모, 초기 진출 은행의 실패로 은행이 진출을 꺼렸다. 이러한 자동차 대출은 이후 신한은행이 의욕적으로 시장을 키워 나가면서 현재 은행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신한은행은 이 자동차 시장에서 4조원이 넘는 대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대출도 일종의 동산담보대출이다. 특히 동산담보대출은 자동차 대출과는 그 규모자체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동산담보대출이 취급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담보 관리·회수의 어려움도 정책상품이라는 개념보다 경쟁 상품 개척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상품 개발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과 은행 양측 모두를 위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