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오후 10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인 이글호에서 내려 달에 발을 딛은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말이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필수품목 가운데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을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 가맹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해 25개 자율구매 품목을 공동 구매하게 된 것이다. 구매협동조합의 공동구매는 미스터피자 본사인 MP그룹은 식자재 매출의 약 30%, 연간 12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번 협약은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갑질 논란에서부터 시작됐다. 정 전 회장은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값에 가맹점에 제공하는 치즈 통행세 의혹과 보복출점 운영 등을 자행해 지탄을 받고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가맹점 역시 불매운동 등의 타깃이 돼 30% 이상씩 매출이 하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갑질논란 이후 MP그룹과 가맹점주협의회는 서울시에 중재를 부탁해 이번 협약을 이끌어내게 됐다.
구매협동조합은 이번 협약을 통해 매입원가를 줄여 가맹점의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본사와 구매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원·부자재의 품질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미스터피자 본사도 자사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가맹점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전반적인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서울시의 중재가 있었지만, 미스터피자의 이번 협약 결정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큰 물음을 던지게 됐다. 프랜차이즈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필수품목의 사실상 사입허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맹점간 제품 질의 차이 등 지켜봐야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사하는 점도 크다. 첫 사례인 구매협동조합이 가맹점 수익 향상과 제품 질 유지 등 눈에 띄는 선순환적 요소를 보여준다면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시 선택이 강제된다.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발은 내딛었다. 단순히 MP그룹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와 관련된 걸음이다. 올곧게 걸어갈 수 있을지, 진창에 빠지게 될 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상생의 기치를 올릴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길 바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