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 등 의료기기 중간납품의 강자 케어캠프의 경영 위기설에 대해 회사가 해명에 나섰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 대비 자기자본으로 사업확장에 따른 매출채권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매입채무만 고려돼 유통업체의 안정성을 평가하기에 부적절한 지표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회사의 부실위험성은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인 유동비율을 측정하는 것이 더 적합하며 케어캠프의 유동비율은 2018년 6월말 현재 88%에 이른다고 전했다. 통상 상장사 평균이 약 60%인 점을 감안해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의 기업분석에 대해서도 2017년까지 나이스평가정보의 등급은 ‘BB0’였으며 올해의 평가는 기계적으로 재무재표를 분석한 자료로 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SCI신용평가에서 매긴 등급은 ‘BB+’로 기업신용등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공급사에게 지급해야할 비용인 매입채권이 병원에서 받아야할 비용인 매출채권보다 높은 구조에 대해서도 병원에서의 대금결제기일이 1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늦어지는 의료기기 및 치료재료 유통구조의 특성과 기업분석시점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의료기기 유통, 일반 유통업계 상식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과정은 공급사와 흔히 도매라고 불리는 중간납품업체, 그리고 소매라고 불리는 직접납품업체 혹은 영업점이 있다. 그리고 도매에서는 공급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통상 3~6개월짜리 어음이나 담보를 제공한 후 제품을 인수받아 소매에 공급한다.
반면, 치료재료 등 의료기기 공급은 이 같은 일반적인 유통업계와는 조금 다른 계약 및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많은 수의 공급사들은 몇 개 되지 않는 제품군을 보유한 소규모인 경우가 많고, 소비자라고 볼 수 있는 병원은 수백, 수천가지 제품을 필요로 한다. 이에 간접납품업체(이하 간납업체) 혹은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인 병원은 영세 공급사들에게 시쳇말로 ‘슈퍼갑’의 위치에, 구매를 대행하는 간납업체는 ‘갑’의 위치에 등극한다. ‘을’은 물건을 납품하며 담보나 대금지급보증을 요구하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이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다.
제품을 대체 공급할 업체들도 국내외에 존재해 목소리를 내기가 더 힘들다. 게다가 병원의 경우 하나 혹은 두 곳의 간납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잘 바꾸지 않아 경쟁이 많지 않다보니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돼 종종 논란이 되기도 한다. 병원과 직접 공급계약을 맺는 것도 독점적 제품을 소유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심지어 병원에서 제품을 사용한 후에 사용분에 대한 대금만을 짧게는 1달, 길면 1년 이상 지연해 간납사에 지급하다보니 공급사는 그보다 긴 시일을 기다려야 제품에 대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으며 그 마저도 납품은 했지만 사용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대금은 받지 못한다.
병원과의 관계로 인해 단가계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거나 차일피일 계약을 미뤄 대금결제가 지속적으로 지연 되도 공급사는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만약 병원이나 간납사에서 재고가 분실되는 경우에는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당연시된다.
이와 관련 일반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물건을 넘기면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결제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행위를 정상적인 유통구조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일반적인 상거래 조건을 어긴 것과 다름없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 비상식적 유통구조, 건강보험제도 때문?
A씨의 평가처럼 상식적이지 않은, 일반 상거래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들이 의료기기업계에서 당연시 되는 이유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어 세계 여러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한다는 건강보험제도의 그림자라고 지적한다.
국내 건강보험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며 세금의 성격을 띠는 납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미용·성형, 선택적 의료행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에서 최대 95%까지 부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세워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의료행위가 이뤄질 경우 해당 행위가 의학적으로 적절했는지, 건강보험 급여기준에는 부합하는지를 심사해 건보재정에서 지급하는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본인부담금만을 받은 후 진료행위에 대한 급여를 심평원에 청구해 급여적정성 심사를 받고, 심평원이 건보공단에 급여지급 등의 의견을 전달하면, 건보공단이 내부절차를 거쳐 급여를 지급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1달 혹은 그 이상이다. 법에서는 의료기관의 심사를 청구하는 시점부터 급여가 지급되는데 까지 22일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료가 부족해 서류보완이 필요한 경우, 청구량이 많아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 등으로 인해 시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의료기관이 청구를 늦게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이 모두 지급되기까지 물품 등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결제대금을 최대한 늦추려한다. 실제 한 대학병원에서는 지급기일을 3개월로 계약하고도 심사지연 등을 이유로 18개월 이상 지급을 미루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복지부나 심평원 관계자들 또한 일부 인정했다. 건강보험제도 운용과정에서 자금회전이 어려워지는 점이 있으며 병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같은 부작용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청구가) 6개월 이상 길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면서도 “법률상 청구가 들어온 후 22일 이내에 건강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게 팍팍하긴 하다. 일부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3개월가량 늦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의료기기 공급자들은 적어도 정부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라도 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의료기관이 대금을 6개월 이내에 지불하도록 개정된 약사법을 준용해 결제기일이 한없이 늦춰지는 것을 일부나마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공급업자들의 요구에 복지부 관계자는 “꼭 법에 대금결제기일을 명시하거나 약사법을 적용하는 것이 이득인 것만은 아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유통과정도 다를뿐더러 약업계에 따르면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있고,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당장 병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상호간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최상이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근본적으로 모든 제도나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어떤 선택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느냐를 정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라며 “최소한 의료기기업계가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정책을 받아들이며 요구를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규제는 싫고 혜택만 찾으려고 해서는 될 것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갑-을 관계 아닌 ‘평등한’ 거래관계를 위해서는…
문제는 건강보험제도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제품만 수백, 수천가지에 달한다. 이를 병원에서 일일이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한 후 관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업체 즉, 간납업체를 선정하고 이들을 통해 치료재료 등을 수급함으로써 업무를 단순화하고 분업화할 필요가 커진다.
한 대학병원 물류담당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간납업체와의 계약을 필수다. 간납업체가 없었을 당시 하루에도 수십명이 넘는 공급업체 영업사원들이 병동이고 진료실이고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찾아와 제품을 설명하고 갔다”면서 “과장을 조금 보태 일선 외래간호사들의 업무 중 절반이 이들을 상대하고 돌려보내는 일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납업체를 통함에 따라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의료진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고, 병원의 업무나 물류관리,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에서 (병원은) 만족하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료형태는 복잡해지고 그에 쓰이는 진료재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간납업체에 대한 병원의 의존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병원과 간납업체가 밀접한 연관성을 갖춰감에 따라 영세 공급자들은 병원과의 직거래가 어려워지고, 경쟁력을 상실함에 따라 정작 물품대금을 더욱 늦게 받거나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등 병원이나 간납업체가 내놓는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내몰린다는 점이다.
이에 의료기기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간납업체개선TFT 관계자는 4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먼저, 국내 간납업체들이 상거래의 기본인 물품대금 지급을 지연시키지 않고, 해외의 구매대행업체(GPO)처럼 직접 구매 혹은 담보제공 등을 통해 거래를 건실하게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서비스 중심의 적정수수료나 비용을 담은 표준경쟁계약서 등을 통해 계약관계를 명확히 하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갖추기 위한 공개적 거래사이트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은 일방의 과도한 이익을 취하기 어렵고 보다 공정한 거래를 이룰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순한 비용 중심의 가격 결정이 아니라 환자에게 보다 초점을 둔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대비 임상적 효과에 기반한 가치평가와 이를 의료기관에서 인정한 구매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한 리베이트와 같은 불법적 요건이나 개인적 혜택에 의해 거래규모나 거래량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이 우회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간납업체를 두도록 몰아가는 건강보험 수가체계와 불공정 거래를 방치하는 법이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진 역할을 하나로 모은 의료기기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의지를 갖고 현장을 직시해야한다고 했다.
◇ 한편, 여전히 의문스러운 케어캠프
만약 의료기기산업협회의 제안대로 된다면 분명 의료기기의 가격결정과정에 대한 의혹이나 불신이 줄어들고, 유통단계에서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갑과 을의 관계 또한 평등하진 않더라도 보다 동등해진 위치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적어도 간납업체나 병원의 갑질로 공급업체가 줄도산하거나 생존을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앞서 제기된 케어캠프의 경영위기설은 업계의 특성이나 이와 같은 법과 제도적 맹점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나 고려를 하지 못한 단순한 오해였을까. 그런 면도 없진 않아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 또한 의료기기 공급부터 대금결제가 이뤄지기까지의 체계로 인한 문제가 커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케어캠프와 경쟁 관계인 이지메디컴이나,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계 병원들을 고객으로 최단기간 결제가 이뤄진다고 알려진 평화드림의 경우에도 기업평가에서 안정성 측면이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매출규모를 감안해도 공급사에게 지급해야할 매입채권과 병원에서 받을 매출채권의 격차가 케어캠프만큼 크지는 않았다. 더구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몇몇 병원장의 승낙을 얻어 은행에 매출채권을 3~4%대 수수료를 주고 판매하는 ‘어음할인’을 했다는 것은 재무안정성이 높은 기업에서 하기에는 어려운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케어캠프의 재무재표를 살펴본 업계 관계자 B씨는 “매출채권 처분손실이 2016년 17억원, 2017년 19억원가량 됐다. 이는 어음할인 수수료로 은행에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상적인 수수료 3.5~4%로 계산하면 16년과 17년, 매입채권과 매출채권의 차이금액과 유사하게 나온다”면서 “공급사에게 지급해야할 돈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케어캠프는 이에 대해 “위기가 아니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오해가 커지고 있다. 오히려 공급사들을 위해 결제기일이 지나도 병원에서 대금을 못 받아도 가능하면 공급사들에게 대금을 지급해주는 등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음할인의 경우에도 대출이 어려운 공급사들이 자금유동성을 위해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어 발생한 손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B씨는 “원론적으로는 케어캠프 말이 맞다. 그렇다고 매입금액이 매출규모보다 큰 것은 이상하다”고 의혹을 떨치지 못한 채 “일련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영세공급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대금이 병원에서 공급사에게로 제대로 전해질 수 있는 유통과정의 투명성 확보, 병원에서 공급사로 대금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