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A씨(84)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언젠가부터 손자가 옆에 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 휴대폰으로는 드라마를 다시 볼 수도, 친구와 영상통화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언젠가부터 손자 손에는 조그만 기계가 들려있었다. 기계에서는 TV에서 본 것과 동일한 영상들이 재생됐다. 손자는 빨려 들어갈 것처럼 기계에 집중했다. ‘스마트폰’. 그것의 이름이란다. 며칠 전부터 나가기 시작한 노인당에도 스마트폰을 지닌 이들이 몇 명 있었다. 대관절 그것이 무엇이기에.
◇ Check 1. “아직도 2G폰을 쓰는 사람이 있나요?”
현재 이동통신 업계는 5G 상용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용자들도 업계가 어떤 통신장비를 선정하는지,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5G를 두고 업계 안팎이 이렇게나 시끄러운 시기다. 4G도 3G도 아닌 2G는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주목할 점은 그럼에도 2G폰 이용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2G 가입자는 약 227만명이다. 이 중 SK텔레콤이 129만명, LG유플러스 85만명, 알뜰폰 13만명 순이다. KT는 2012년 3월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는 ‘01X’ 번호에 대한 고객들의 애착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사업상의 이유로 번호를 바꾸지 않는 이들도 있다. 번호가 바뀌면 거래처 등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2004년 1월부터 이동전화 식별번호 010 통합방안을 도입했다. 번호이동으로 특정 업체에 가입자가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LTE폰으로 교체할 경우 전화번호 앞자리는 기존 011·016·017 등에서 010으로 일괄 변경된다.
200만여명의 사용자가 다음 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Check 2. 보안 면에서 믿을 만한 2G폰?
업계에 따르면 보안을 이유로 2G폰을 고집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2G폰이 도·감청에 더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사실무근”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4세대 이동통신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망을 사용한다고 해서 보안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망의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SNS나 여러 앱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앱 사용 내역이 모바일상에 남을 수 있다. 과장하자면 이러한 개인정보를 악용할 가능성도 ‘0’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의 휴대폰 이용 행태에 달린 문제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보안에 취약하다고 정의하는 것은 비약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2세대 이동통신에서 4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진화’를 거쳤다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2G 휴대폰보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Check 3. 스마트폰은 비싸다는 편견을 버려라
2G폰 이용자 중에는 스마트폰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 글로벌 주요 제조사인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까는 주력 제품으로 프리미엄폰을 밀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대체로 100만원을 웃돈다. 초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20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주력모델인 만큼 광고 노출의 기회도 높다보니 ‘스마트폰은 비싼 휴대폰’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중저가 제품은 다르다. 특히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폰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능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X5’의 출고가는 36만3000원이다. 4500mAh 배터리를 갖춰 한 번 충전만으로 이틀간 사용 가능하다.
중국 샤오미의 ‘홍미노트5’는 29만9000원으로 출시됐다. 4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로 이틀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멈추지 않고 음악을 들을 경우 17시간, 영화 감상 14시간, 게임 재생은 8시간까지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제조사 화웨이에서 선보인 신형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 8X’는 더 저렴하다. 64GB 버전 모델의 가격이 1399위안, 한화 약 22만9000원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 3사에서 선택약정 25% 할인을 받을 경우 더 많은 요금감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Check 4. 그럼에도 2G폰을 쓰겠다는 이들에게
SK텔레콤에 따르면 2G폰의 서비스 만료 기한은 2020년이다. 통신사가 2G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서비스 중단 역시 통신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정부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3곳의 합의가 필요하다. 업계는 유예 기간 등을 포함한 서비스 종료 시점을 오는 2021년 6월로 보고 있다.
만약 서비스가 종료된다면 2G 이용자들은 당장 다음 세대 이동통신 망으로 넘어가야 한다. 갑작스레 닥친 일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다.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그날을 위해, 우선 마음의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모든 일의 시작은 단점을 되짚어보는 것부터. 2G폰의 단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갑자기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고 해도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예정이었잖아’ 하고 말이다.
2G폰의 가장 큰 단점은 재난 문자 알림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진, 해일, 홍수, 태풍 등의 피해가 왔음에도 재난 문자 알림을 받지 못한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정부와 이통사가 함께 2G폰에서도 긴급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지만 아직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통신 서비스의 품질 역시 스마트폰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계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꾸준히 보완도 해야 하지만, 2G폰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여전히 폴더폰 ‘접는 맛’이 그리운 이들을 위한 꿀팁
- 스마트폰이 보안에 취약한 단말기는 아니다
- 스마트폰이라고 모두 비싼 것은 아니다
- 2G폰은 긴급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하며 통화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위와 같은 사항들을 인지하고 4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가기로 한 A씨. 그럼에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손맛’이다. 낚시에만 손맛이 있는 게 아니다. 폴더폰을 ‘탁’ 소리 내며 닫을 때의 쾌감도 폴더폰 사용자들에게는 분명 있을 터다. 그런 이들을 위해 삼성전자가 폴더폰 모양의 스마트폰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 폴더2(Galaxy Folder2)’는 폴더의 편안한 사용성을 그대로 제공한다. LTE와 3G 모델 2종으로 출시됐다. 출고가 29만7000원.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