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과거 매각했던 주력 계열사 코웨이를 되찾았다. 자금 부족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결과다.
웅진그룹은 29일 코웨이 지분 22.17%를 약 1조685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자금 중 절반가량은 웅진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분담한다.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윤 회장은 1980년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 창립 1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출판사의 경영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윤 회장은 1987년 웅진식품을,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1989년 생활가전 기업 웅진코웨이를 창립, 렌탈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윤 회장이 론칭한 코웨이 코디서비스는 대 히트를 기록했다. 코웨이는 정수기 렌탈에 이어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으로 시장을 넓혀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29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금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웅진코웨이 CEO로 갔다. 모든 기업이 줄줄이 쓰러지는 모습만 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IMF를 이겨내는 게) 정말 어렵구나, 하다가 렌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제품을 팔지 못한다면 빌려줘 보자. 그렇게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승승장구하는 사업들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윤 회장은 사업 확장에 욕심을 내게 된다. 건설, 태양광, 금융 등 15개 계열사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극동건설, 새한(현 웅진케미칼), 타이거월드(현 웅진플레이도시), 서울저축은행 등의 인수도 연달아 성공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문어발식 회사 인수가 그룹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결국 웅진그룹은 2012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웅진그룹은 상황 타개를 위해 우선 채권단이 요구한 코웨이 매각을 진행했다. 2013년 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떠나보낸 이후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주력 계열사들을 차례로 매각해야 했다.
1년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웅진그룹은 주력 계열사를 되찾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웅진그룹은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인수자문사로 선정,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엔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웅진그룹이 보유한 자본으로는 코웨이 인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업계 분석도 뛰어넘었다. 윤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과거 ‘내가 너무 자만한 나머지 서로 다른 업종을 한꺼번에 진행했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과거의 일을 좋은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한 업종을 키우는데 열정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웅진그룹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원조 브랜드인 웅진코웨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윤 회장은 “코웨이의 좋은 점은 IMF 당시 탄생한 기업이라 경기가 어려워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갈수록 더 좋은 업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웨이는 향후 웅진 그룹 미래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향후 더 큰 꿈을 가지고 서비스 및 시스템을 혁신해 무한정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